인천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모습. 야구 대표팀은 구단 별로 두세 명의 군 미필자를 발탁해 비난을 받았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선수는 143명이다. 이중 병역특례 대상자는 66명이다. 금메달을 거머쥔 축구 국가대표 20명과 야구 13명이 포함돼 대상이 크게 늘었다. 이중에는 조기전역 대상이 된 선수들도 있다. 2010년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군 복무 중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의 성과를 보이면 조기 전역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농구의 오세근, 배드민턴의 고성현, 유도의 김성민 선수 등이 이번 대회 성과로 전역하게 된다.
모든 선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지만 단체전의 경우 금빛이 바랬다. ‘속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마에 제일 먼저 오른 건 야구다. 엔트리가 발표되자 항간에서는 “짜고 치느냐”는 질타가 나왔다. 마치 작심하고 분배라도 한 것처럼 SK를 제외하고 구단 별로 두세 명의 군 미필자를 포함시켰다. 또 병역면제 대상이 아닌 실력이 좋은 선수가 엔트리에 오르지 못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비난은 더 거셌다.
대회의 기본 정신은 잊은 채 프로 정예 선수들을 출전시킨 모습도 스포츠팬들을 실망시켰다. 1998년 방콕 대회 때부터 프로 선수의 출전을 허용했다고는 하나 아시안게임의 본래 취지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은 선수 24명을 모두 사회인 야구 선수로 뽑고, 대만도 프로보다 기량이 처지는 선수를 주로 내보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은 홍성무를 제외하고 전원 프로선수를 선발했다. 선수들의 면면만 놓고 보자면 강아지와 호랑이의 싸움이다. 초등학교 대회에 어른들이 죽기살기로 우승을 위해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넥센 강정호는 ‘미필자를 위한 세리머니’로 구설수에 올랐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야구는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13명의 군 미필 선수가 혜택을 얻게 됐다. KIA의 나지완 선수는 대회 뒤 응한 인터뷰에서 ‘실언 아닌 실언’을 하며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뼈가 안에서 돌아다닌다. 캠프 때부터 참고 뛰었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부상으로 한 게 없어서 미안한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부상투혼’을 발휘했다며 칭찬받았겠지만 팬들은 “그렇게 아픈데 어떻게 대표로 선발됐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나 선수의 병역면제 혜택을 위해 최고의 컨디션이 아닌데도 선발했다는 의구심이 표출된 것이다.
넥센 강정호의 ‘미필자를 위한 세리머니’도 여론 악화에 한몫을 했다.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홈런을 친 넥센의 강정호는 홈런 후 오른손으로 한국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군 미필자를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물론 병역 혜택으로 최고의 기량을 이어나가며 국위선양을 한 스포츠 스타도 많다. 2002년 월드컵으로 병역 혜택을 받은 박지성,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류현진은 혜택을 잘 활용한 좋은 예다. 하지만 혜택은 받고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나쁜 예’도 다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혜택을 받은 박주영은 현재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하지만 몇 번의 방황 끝에 구단이 없는 무소속 상태로 남아있을 때 병역혜택을 계속 줘야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알샤밥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그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병역 특례의 효과는 단지 선수가 2년이라는 시간을 아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얻게 되는 금전적 혜택도 적지 않다. 한국야구협회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대표팀 소집 일수만큼 자유계약(FA) 자격 획득 일수를 조정해 준다. 또 군 복무 기간에도 시즌에 출전할 수 있으므로, FA 자격 획득을 앞당길 수 있다. 다시 말해 높은 연봉으로 뛸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량에 따라 연간 수억 원의 연봉을 받을 수도 있기에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얻게 되는 이득은 적지 않다.
팬들이 제기하는 의문의 본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가 병역 특례를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인가 하는 문제다. 올림픽과 달리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대부분 선수들의 기량은 독보적이다. 1951년 뉴델리 대회 이래 열린 17번의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3위 밖으로 밀려난 건 단 두 번뿐이다.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973년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시작된 이래 올림픽으로 특례대상이 된 사람은 95명에 그치는데 반해 아시안게임으로는 387명의 선수가 혜택을 받았다. 올해 특례 대상자를 포함하면 453명이다.
물론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례에 목숨 거는 상황이 선수들과 체육계의 마인드 문제만은 아니다. 들쑥날쑥한 병역특례 제도 운영 탓도 있다. 각 종목별로 1년에서 4년 주기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대회도 과거엔 병역 특례 대상이었다. 이는 1990년 폐지됐다. 특히 야구의 경우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경기는 오로지 아시안게임 하나다. 야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으로 병역특례 대상이었지만, 논란이 커지자 축구(2008년 월드컵)와 함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불합리함을 없애기 위해 병무청은 지난 9월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안’을 추진했다. 금메달 단 한 번으로 특례를 받는 게 아닌 메달별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개선안은 올림픽 금메달 120점, 은메달 100점, 동메달 60점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50점, 은메달 25점, 동메달 15점,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는 4년 주기로 열리는 대회 기준 1위 60점, 2위 40점, 3위 20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점수가 100점이 넘으면 병역특례 대상자가 된다.
하지만 연령제한으로 한 선수가 같은 대회에 두 번 참여하기 어려운 점, 또 종목별로 출전기회가 다 다른 점을 들어 체육계에선 엄청나게 반발을 했다. 한마디로 “아시안게임 말고는 병역특례를 받을 길이 없는데 그마저 줄이면 어쩌란 말이냐”는 항의다. 이 같은 체육계의 반발에 부딪혀 개선안 추진은 좌절됐다. 하지만 개선안 추진의 가능성은 보인다. 병역 특례에 대해 논란이 일자 국방위원회 여당간사 김성찬 의원은 지난 7일 병역법 개정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병역 혜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감독과 선수들도 서운한 감정에 한 마디씩 던졌다. 프로야구 삼성 안지만 선수는 대회 후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왜 안 좋은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난 1일 롯데 전을 앞두고 “야구 대표팀만 병역 혜택을 받은 것 같은 분위기”라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병역면제 현황 대체복무 체육요원 24명 운동 그만두면 도로 입대 오죽하면 ‘신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흔히 ‘군 면제자’는 엄밀히 말하면 제2국민역과 병역면제자로 나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은 이들은 1만 8922명, 병역면제자는 4193명이다. ‘신의 아들’이 작년 한 해 2만 명 정도 된다는 얘기다. 스포츠 선수는 팀에 소속돼 복무기간동안 의무적으로 운동을 이어가야 하고, 음악 등의 예술요원 역시 악단에 소속 되거나 연1회의 개인전을 열어 복무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관련 분야에서 일하지 않으면 병역혜택 취소 사유가 된다. 즉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병역혜택을 얻었다고 해서 운동을 그만둔다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게 규정이다. 현재 복무중인 체육요원은 24명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대회 수상자들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53명이 배출됐고, 90년에서 99년 사이에는 192명이 체육요원으로 복무했다. 사실 예술·체육요원의 경우 전체 대체복무자의 0.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개인적인 사유로 제2국민역 혹은 병역면제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사유별로 살펴보면 제2국민역의 경우 연령초과자(6581명)가 가장 많았고 질병(5급) 사유(5924명)가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장애인(2201명), 범죄 등의 사유로 형을 살고 있는 사람(1496명), 가사사정(1280명) 순이었다. 가사사정의 경우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가족 1명에 한해 원한다면 제2국민역에 편입할 수 있다. 여러 사유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는 이들은 해마다 약 2만 명 정도다. 병역법 개정 등으로 면제 사유가 까다로워지면서 2010년 2만 2000명에 달했던 제2국민역은 지난해 18000명으로 줄었다. 병역 면제자의 경우 장애 사유가 가장 많았고(2992명), 질병(871명)과 함께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 역시 병역 면제자에 해당한다. 이밖에 기타 사유로는 성전환자, 에이즈 환자, 한센병 환자 등은 병무청의 판단에 따라 제2국민역 또는 병역 면제자로 분류된다. [서] |
올림픽-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혜택은 메달당 점수 합산 연금 등 짭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포상은 적지 않다. 체육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영예는 올림픽 금메달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성과와 노력을 치하해 포상금을 제공한다. 왼쪽부터 김준홍, 박태환.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연금점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 90점, 은메달 70, 동메달 40점 순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매달 100만 원이, 은메달은 75만 원, 동메달은 52만 5000원이 지급된다. 아시안게임 연금점수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금메달 10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 순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관왕을 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다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특별장려금 450만 원이 주어진다. 단체전의 경우 개인전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점수가 많다고 해서 무한정 연금이 쌓이는 건 아니다. 연금 상한액은 100만 원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금점수가 110점이 넘어가면 10점당 150만 원이 일시 장려금으로 주어진다.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는 초과점수 10점당 500만 원이 주어진다. 선수들은 연금을 포기하고 일시금을 받을 수도 있다. 20점에 2240만 원부터 시작하며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는 6720만 원을 지급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포상금을 받는 선수는 사격의 김준홍(24·KB국민은행)이다. 김준홍은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25m 스탠다드 권총 개인과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얻어 포상금 332만 5000원과 함께, 연금점수 24점으로 매달 30만 원을 지급받게 된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연금점수 6.6점을 더해 지금까지 연금점수가 487.3점이 됐다. 매달 100만 원의 연금을 받는 것은 물론, 앞으로 3점만 더 쌓으면 15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