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자리 잡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운영자 K 씨의 말이다. 단속 강화 우려에 대한 답으로 오히려 지금 안사면 바보라는 식이다. 그는 “위례자이 5층에 있는 전용면적 101㎡ B 타입이 프리미엄(웃돈) 9000만 원에 나왔는데, 오늘 오전 안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마지막 남은 1억 원 이하 프리미엄 아파트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불법 거래를 부추겼다.
위례신도시 한 모델하우스가 분양 상담을 받기 위한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보통 불법 전매 중개수수료는 합법적인 중개수수료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을 책정했다. 떴다방들끼리 담합해 집값에 따라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은 300만~500만 원, 중대형은 1000만 원까지도 받는다. 지난 15~17일 실시된 분양아파트 ‘위례자이’ 계약기간 이후에도 불법 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하루 전인 14일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예고했지만, 인근 떴다방 업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듯 웃돈이 최고 3억 원까지 붙는 등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위례자이 전용면적 101㎡는 웃돈이 1억~1억 4000만 원 붙었다. 전용 113㎡는 1억 5000만~1억 6000만 원, 121㎡는 2억 원 가까이 형성돼 있다. 펜트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는 최고 3억 가까이 붙어 있다.
또 다른 떴다방 업자 L 씨는 “거래 신고를 하지 않으면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다. 돈을 당첨자 통장으로 넣지만 않으면 당첨자가 판매한 증거가 없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하며 “위례자이는 법으로 정해진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아파트 명의는 1년 후에 가져오되 실소유는 본인이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불법 행위다.
분양시장이 열기를 띠면서 청약통장 매매도 판을 치고 있다. 최근 서울 전역을 다니다 보면 전봇대에 붙어 있는 청약통장 매입 홍보 전단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청약통장 불법 거래는 개인이 보유한 통장(청약 저축·예금·부금·종합저축)을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매매시 웃돈은 평균 500만 원 정도. 20년 이상 부은 통장은 수천만 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자가 직접 청약을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브로커가 청약통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식이다.
청약통장은 당첨될 때까지 신청 가능해 브로커가 웃돈을 얹어주고 사더라도 사실상 손해 볼 게 없다. 이들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한 곳만 골라 청약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청약 통장 매매 프리미엄은 청약저축보다 청약예금 또는 종합저축의 선호도가 높다. 청약저축통장은 전매제한 기간이 긴 공공주택만 신청할 수 있지만, 종합저축통장은 민간아파트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웃돈은 민간 아파트에 붙는다.
실제로 수도권 민간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되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나 서울 강남권 등은 청약당첨 후 분양권 전매시 상당한 웃돈을 얹어 거래할 수 있어 투기수요까지 붙고 있다. 청약통장 거래에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및 계약취소, 10년간 청약 제한 등의 처벌에 가해진다. 하지만 단속 건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모델하우스들 맞은편에 줄을 맞춰 늘어선 ‘떴다방’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다운계약서도 성행하고 있다.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가 끝난 주택은 양도세 중과제도가 없지만, 분양권은 거래시 매매차익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13억 원에 팔 경우, 최고 1억 5000만 원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2차’의 경우 프리미엄이 최고 5000만 원 정도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프리미엄은 이보다 훨씬 높은데, 대부분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거래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많이 안 오른 것처럼 눈속임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정부의 단속 의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약통장 불법 거래 적발건수는 고작 7건이 전부다. 정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위례신도시 등 최근 부동산시장 불법이 심각하다고 밝히자, 뒤늦게 단속을 하겠다고 나섰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분양권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언론을 통해 단속을 예고한 셈이 됐다. 떴다방들이 불법 거래 근거가 될 만한 내용물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이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단속을 하면서도 보여주기식에 급급했다. 지난 15~17일 이뤄진 단속에선 설치된 떴다방 가설물을 철거하는 정도에 그쳤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계약 현장을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법 중개업자들의 가설물 설치를 막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거래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장에서 청약을 실시했기 때문에 본인 여부 확인 등 불법 거래 파악이 쉬웠지만, 최근엔 인터넷 청약이 일반화돼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부동산 시장이 건전하지 못해 일어나는 결과라고 지적한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금 위례 열풍은 과거 부동산이 호조를 보일 때 나타나던 잘못된 행태들로, 시장이 건강하지 못해 일어나는 것”이라며 “지금의 집값 상승세는 장기화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무리하게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산다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