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SGI서울보증보험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불과 사흘 뒤,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10일 마감된 SGI서울보증보험의 사장 공모에 김 전 부행장이 지원한 사실이 확인된 것.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 회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급’이 다른 자리인 데다 무려 19명이나 지원한 후보군에 그가 포함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인 서울보증보험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옥찬 전 부행장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KB금융 회장 대신 서울보증 사장을 택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19명이나 지원했음에도 이미 김 전 부행장이 차기 사장으로 낙점됐다는 ‘내정설’이 돌기 시작한 까닭에서다.
김 전 부행장 외에 서울보증 사장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로는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이 있는데, 김옥찬 전 부행장처럼 시중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김 전 사장은 우리은행 도교지점, 베이징법인 등 해외 지점들에서 근무한 뒤 우리은행 부행장을 거쳐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을 역임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옥찬(왼쪽)과 김희태.
김 전 부행장 사장 낙점설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서울보증보험의 사장 선임 절차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보증 신임 사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결정하게 되는데, 이들은 오는 10월 27일을 후보자 면접 날짜로 잡아놓고 있다. 문제는 바로 다음 날인 28일에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점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신임 사장 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결국 서울보증보험은 19명이나 되는 후보를 사실상 단 하루 만에 검증하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날 면접 외에는 다른 절차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한 차례 면접만 본 뒤 사장을 정하는 결과가 된다. 면접을 진행할 후보추천위원회는 민간위원 4명과 사외이사 2명 및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 인사 1명,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이유로 회사 안팎에서 “사장 선임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서울보증보험지부(위원장 김영록) 측은 “정권의 낙하산으로 특정 후보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라며 “주주총회 전날 면접 한 번으로 새로운 사장의 모든 것을 검증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장은 임기가 만료된 뒤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19명의 후보명단에 김병기 사장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뚜껑을 열어봐야 확인이 되겠지만 본인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다면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김 사장 외에 도전 의사를 밝혔던 다른 서울보증 내부 출신인사들의 이름도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보증 고위 임원을 지낸 두 인사는 당초 후임 사장 선정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 출신 지원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보증 측은 예상치 못했던 금융권의 비판 여론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회사 관계자는 “사장직 지원자에 관한 사안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적임자를 뽑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
서울보증보험은 어떤 회사? 국내 시장 독점…보증규모 세계 4위 SGI서울보증보험은 1969년 대한보증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보증 전문 회사다. 반민반관 성격으로 운영되는데, 사실상 국내 보증보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취업할 때 필요한 신원보증보험이나 금융회사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가입하는 보증보험을 통해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기업 신용보험·이행보증·납세보증·인허가보증·지급보증·할부판매보증 등 전문적인 분야의 보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230조 원에 달하는 보증 규모로 전세계 종합보증회사 가운데 4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다. 최근 베트남과 중국, 중동, 뉴욕 등 해외 대표사무소를 잇달아 개선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