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 유족들은 성매매 혐의로 김 대표를 비롯해 금융사 대표 A 씨, 모 IT업체 대표 B 씨, 유력 일간지 대표 C 씨 등을 고소한 바 있다. <일요신문>이 건물과 토지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 대표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27억 원가량을 개인 명의로 대출받았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건물을 취득하던 2005년 8월 이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약 22억 원, 이듬해 3월 다시 한 번 5억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 소유의 건물은 2006년 당시 땅값을 포함해 공시지가가 40억 원이었다. 따라서 담보 가치를 생각하면 큰 문제는 없는 셈.
하지만 통상 은행에서 20억 원 이상의 대출을 받으려면 부행장 이상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금융기관 고위 인사가 대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김 대표에게 돈을 대출해준 지점의 지점장이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해당지점으로 발령받은 후 불과 7개월 만에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이후에도 승진가도를 달려 현재는 수뇌부에 포진해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로 갈아타기 전까지 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유지해왔다. 이 대출건이 눈에 띄는 것은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 대표 A 씨가 현재 장자연 리스트에 올라있는 인물이란 점 때문이다.
그는 장 씨의 유족들에 의해 고소를 당한 4명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이 대출건과 장자연 리스트의 관련성에 대해선 아무것도 드러난 것이 없고 지점장의 승진 자체도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만약 해당 금융기관 상층부에서 김 대표 대출 건에 대해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고 장자연 씨의 소속사 건물. 김 아무개 대표는 이 건물을 담보로 두 차례 거액을 빌렸는데, 돈을 빌린 금융기관의 대표 A 씨는 공교롭게도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럴 경우 장 씨 유족이 고소한 금융사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게 수사기관 관계자의 얘기다. 현재 경찰은 장 씨 유족들이 성매매 혐의로 고소한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리스트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경찰 측의 해명이지만 경찰이 유력인사를 조사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기자들의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장자연 리스트 파문은 정·재계 스캔들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스포츠서울>은 “장자연의 소속사 김 대표가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건설회사 대표를 비롯해 금융계, 언론계 유력인사 등 각계각층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나고 다녔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전 정권 고위 공직자 출신인 모 투자회사 대표”라고 보도했다.
<일요신문>이 추가로 취재한 결과 고위공직자 출신 모 투자회사 대표는 한때 정·관계 로비에 휘말려 검찰 수사까지 받은 B 씨였다. 그는 최근에도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정부 고위 공직자로 재직할 당시 앞서 거론한 문제의 금융기관 대표 A 씨와 상당한 친분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 이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B 씨를 통해 정계와 재계에 네트워크를 넓혀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을 풀어줄 열쇠는 의외로 B 씨가 쥐고 있을 수도 있다. 유력 일간지 대표, 인터넷 신문 대표, 금융회사 대표, IT업체 대표 등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계속 터져나오면서 장자연 리스트가 가진 폭발력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김 대표가 자신의 정·관계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소속사 여배우들을 각종 로비에 동원했다는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