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홍준표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일요신문 DB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풀겠다는 뜻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당론을 통한 개혁안 대표발의자로서 마침표를 찍고 싶어 하신다”며 “다른 현안은 가장 잘 풀 수 있는 사람에게 TF(태스크포스)를 꾸리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런 까닭인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이 맞선 것에 대해선 “무상복지의 최우선 순위는 무상보육(누리과정)”이라는 입장을, 증세에 대해선 “반대다. (야당에) 말려들지 않겠다”고만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런 해석을 들려줬다.
“김 대표로선 자신의 중국발 개헌 발언 때문에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 청와대가 하도 쪼아대 공무원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섣불리 덤빌 문제가 아니란 것을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안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더라도 공무원 가족을 잃어선 안 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차기 주자를 만들 수는 없지만 안 되게 할 수 있는 칼(검·경,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을 뜻하는 듯했다)을 쥐고 있어 당분간은 각을 세우기 어렵다. 그러니 주호영 정책위의장의 말대로 청와대 하청업체 대표로서 공무원연금제부터 털어야 하는 처지다.”
김 대표 스타일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개헌봇물 이야기 때문에 김 대표가 몸만 안 낮췄어도 무상복지 문제를 두고선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과 사과, 대안 마련을 촉구했을 것이다. 당당하게 심판받고 제대로 세금 거두고 재원에 맞게 복지하자고 말했을 사람”이라며 “위기극복 차원에서 일몰법으로 한시적 증세를 논의해 야당과 소통하고 해결사적 이미지를 재구축한다면 큰 꿈도 꿀 수 있다.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대표실에서는 여러 루트를 총동원해 의견을 취합 중이다. 하지만 복지와 증세에 관해서만은 “김 대표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는가, 보호막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다른 주자의 등장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꽤 먼 거리에 있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수 진영에서 주가를 꽤 끌어올리고 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복지를 홍준표 지사가 빼들었다. BH(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은밀한 부분을 건드렸다. 혹자는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을 향한 ‘홍준표의 구애’라고 표현하더라. 고도로 치밀한 정치적 행위라는 것인데…. 보수 쪽에서는 나라가 불필요한 복지 홍역을 치르는데 홍 지사가 잘 갈아엎었다며 업어주고라도 싶은 심정일 것이다.”
보수 성향의 한 정치평론가가 내놓은 홍 지사에 대해 평가다. 홍 지사의 권력의지는 정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도 홍 지사여서 전국적 이슈로 만들 수 있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잊힐 때를 알고 대형 이슈 하나씩을 여의도에 던지고 있다. “감사를 안 받겠다면 교육청에 무상급식 예산도 지원하지 않겠다”며 복지 디폴트까지 거론한 그는 어찌 보면 보수 진영에서는 야권이 선점한 복지를 완전히 해체하는 ‘전사’로 비친다.
다만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정국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처세로 동료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점, 간헐적이긴 하지만 후유증이 만만찮은 실언, 눈썹 문신 으로 ‘홍그리버드’로까지 불린 촌극까지, 그의 이미지가 대통령감에 맞닿아 있는가에서는 인정을 못 받고 있다. 김 대표가 “처음에 야당에서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을 때 당시 한나라당이 무능해서 무상급식보다 무상보육이 더 우선이라는 이야기를 아무도 못 내놨다. 무상급식은 저 다음 단계”라며 홍 지사를 두둔하면서 두 사람의 동맹에 복선이 깔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복귀를 점친다. 홍 지사가 이슈를 던졌다면 해결은 오 전 시장이 적임자라는 논리다. 정가의 한 정보통은 “당이든, 언론이든, 청와대든 오 전 시장 이름이 거론되기만 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등장해야 할 것”이라며 “본인도 정치 재개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늦어도 내년 1, 2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요즘 정가에서는 오 전 시장이 사퇴하며 “과잉복지는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줄 것”이라는 예언이 3년 후인 지금 적중했다고 난리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복귀를 두고서 중립 성향의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말을 들려줬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을 때 당 전체가 찾아가 말렸지만 그렇게 됐다. 안철수와 박원순을 정치권에 불러들였고, 홍준표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해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는 계기를 만든 그다. 게다가 의원들 속에서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때문에 안티가 엄청나게 많다. 복귀도 복귀지만 그로선 복귀 뒤가 더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야권에서는 무상복지에 새누리당의 누군가가 걸려들더라도 ‘제2의 오세훈 사태’로 귀결될 것이라 확신하는 눈치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한결같이 다음 총선을 걱정한다. 이렇게 이슈가 줄줄이고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데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는 것이다. 지역민에게 해 줄 말도 없다고 한탄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천 눈치 보느라 불만이 있어도 김 대표에게 할 말도 못하는 이 사태가 더 문제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했으니 좀 하라고 충언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꼬고 있다.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해군에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건설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복지도 증세도 원 지사가 끼어들 틈이 없으니 제주해군기지 이슈를 꺼내든 것 같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차기 주자군에서 잊힐까 전전긍긍하다 찾아낸 이슈라는 것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