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혐의로 5년간 공백기를 가진 MC몽은 여전히 컴백 반대 여론에 부딪히고 있는 반면 ‘음주운전’ 노홍철에 대해선 하차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임준선·이종현 기자
그렇다면 노홍철은 어떨까? 노홍철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를 몰았다.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해 우측 골목으로 들어섰다가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적발됐다. 1차 측정 때는 제대로 숨을 불어넣지 않았고 이후에는 채혈을 요구했다.
일단 적잖은 이들이 MC몽의 자숙 기간인 5년이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역시 적잖은 이들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를 움직이기만 해도 음주 운전이 명백한데도 노홍철이 음주 단속에 걸린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분명 이중 잣대다. 한쪽은 핵심 사안에 대해 무죄를 받고 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기간까지 끝났으나 못마땅해 하고, 다른 한쪽은 범법 행위가 명백한데 자숙 기간 없이 봐주자고 한다. 그렇다면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합당한 자숙 기간은 얼마나 될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실례를 통해 대략적인 수치는 파악할 수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자숙 기간은 평균 6.6개월이다. 음주 후 사고까지 냈다면 자숙 기간이 길어지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은 단순 적발의 경우 대중은 비교적 관대했다. 최화정, 엄기준, 박상민, 정웅인, 김지수, 최종원 등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으나 자숙 기간 없이 방송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노홍철은 내년 중순경에는 연예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폭행의 경우는 약 2년의 자숙기간이 필요하다. 방송인 이혁재는 2010년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약 2년간 TV에 얼굴을 비치지 못했고 배우 최철호 역시 2010년 7월 술에 취한 채 폭력을 행사한 후 이를 부인했으나 CCTV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 1년 9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도박 혐의로 처벌을 받은 연예인들은 평균 3년의 공백기를 가졌으나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방송인 신정환은 2010년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된 후 4년째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해 지인에게 빌린 돈을 도박으로 탕진한 후 돈을 갚지 않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가수 이성진 역시 4년째 연예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속칭 ‘맞대기 도박’에 연루된 연예인을 살펴보면 방송인 김용만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수근 앤디 탁재훈 토니안 양세형 등도 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이 중 양세형은 10개월 만에 개그 무대에 복귀했고, 앤디는 약 1년 만인 내년 초 그룹 신화의 멤버로 연예계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탁재훈은 지난 8월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고, 이수근은 동료 개그맨들의 소극장 공연에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병역비리 스타 송승헌·장혁·한재석·싸이는 재입대 후 현역 복무를 마치고 재기했다.
이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방송을 통해 복귀한 붐에 대한 여론이 싸늘했다. 아직 대중이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대중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복귀는 오히려 반감만 키울 뿐이다”고 말했다.
중범죄에 속하는 마약 사범은 자숙의 시간도 길다. 통상 3년이 넘는 공백기를 갖는다. 2009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적발됐던 배우 주지훈은 3년 만에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으로 복귀했고 황수정은 2001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후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대중 앞에 섰다. 2002년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를 복용해 구속됐던 배우 성현아 역시 4년간 두문불출했다.
하지만 ‘꼼수’는 있다. 노출도가 높은 드라마나 예능 출연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만 영화나 연극 무대를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는 이들의 자숙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2010년 12월 구속된 마약 복용 혐의로 입건된 배우 김성민은 1년1개월 만에 영화로 복귀했고 오광록은 불과 8개월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가장 자숙 기간이 길고 대중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은 군문제와 거짓말이다. 두 가지가 결부된 대표적 인물은 유승준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입대를 3개월 앞두고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혐의로 입국 금지령을 받았다. 유승준이 군대에 가지 않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가 공공연하게 “군대에 가겠다”고 말하며 대중적 지지를 받았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다.
그룹 클릭비 출신 김상혁도 잘못된 해명 하나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5년 음주뺑소니 사건에 휘말린 그는 9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스타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복귀했으나 김상혁은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상식 밖의 해명을 내놔 여론이 악화됐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병역 기피 혐의를 받았던 배우 송승헌, 장혁, 한재석을 비롯해 부실 복무 논란에 휩싸인 싸이는 결국 입대 후 현역 복무를 마치고 다시금 대중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MC몽은 비록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며 “대한민국에서 남자 연예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군대 문제는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의 잘못된 여론몰이가 지지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해치기도 한다. 노홍철의 경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목격자 진술까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번지면서 그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노홍철이 범법 행위를 한 건 명백하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감싸주려는 여론이 오히려 그를 괴롭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복귀할 때도 반대 여론이 커질 것이고 자숙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