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문희상 위원장의 몇몇 언사를 두고 ‘문재인 거들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비대위원(왼쪽)과 문희상 비대위원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현재 상황은 지난해 대선 직후 출범한 첫 번째 비대위와는 전혀 다르다. 그때 키워드는 ‘자숙’이었다면 이번 비대위의 키워드는 ‘생존’이다. ‘차기 총선 공천’만 생각하면 의원들 저마다 사활이 걸렸다. 비대위원장의 말 토씨 하나하나에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희상 위원장께서 불필요한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신다. 그것도 한쪽 편에서만. 우리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차기 당권 출마를 앞둔 한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인선이 있었던 지난 10일, 당무위원회 직후 문희상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의원의 당권 출마에 대한 견해를 밝힌 직후의 반응이다. 당시 문 위원장은 “누구는 나와도 되고, 누구는 나오면 안 된다는 게 어디 있느냐. 누구나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문재인 의원의 당권 출마에 대해 견해를 밝힌 대목이다. 앞서 예비 당권주자 관계자가 말한 ‘한 쪽’은 아무래도 문재인 의원을 가리키는 듯하다.
전조는 있었다. 문희상 위원장의 집권 직후 한 언론사에서 밝힌 ‘모바일 투표’에 대한 견해다. 당시 문 위원장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느냐”며 모바일 투표 재도입 취지의 발언을 해 당이 발칵 뒤집혔다.
현재까지도 ‘스페셜 원’ 문재인 의원을 제외한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나머지 당권주자들 대부분 모바일 투표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한다. 발언 직후 문 위원장은 “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있지만 결론은 ‘안 된다’였다”고 급 수습에 들어갔지만, 소위 말하는 ‘쌍문(문희상-문재인) 연대론’의 발화점으로 작용했다.
당권주자 박지원(왼쪽)·정세균 의원은 모바일 투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당-대권 분리 불가론’과 ‘당대표-최고위원 투트랙 선출 불가론’ 입장을 피력했다. 기본적으로 당헌·당규에 맞춰 ‘기존 룰’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는 언론을 통해 “대표인 나는 특정 계파나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것을 얘기할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본의 아니게 문재인 의원과 현재의 친노세력에 유리한 방향과 맞물린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두고 비대위원이자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설전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반대 진영의 입장은 살벌하다. 문재인 의원에 대한 비판은 앞서의 쌍문 연대설로 인해 애꿎은 문희상 위원장으로 옮겨 붙은 형국이다. 지난 18일 관훈토론회에서 문 위원장은 한 패널로부터 “중립을 증명하라”는 질문까지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흔들리기 시작한 문희상 위원장의 처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비는 역시 전대 룰 발표 시기다. 아무리 노련한 문희상 위원장일지라도 각 진영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현재까지 전대 룰과 관련해 본인 의사를 표명했듯, 본인의 해명 및 진심 여부와 관계없이 친노진영의 이해관계와 같이한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애초 각 진영의 수장들의 연합체로서 비대위를 꾸린 것부터가 본인의 한계를 인정한 꼴이다.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당권 도전을 피력하면서 비대위 조기 해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희상 위원장은 첫 번째 비대위원장 시기 정계 은퇴 취지의 의사를 피력했지만, 최근엔 이를 번복했다. 결국 문 위원장 역시 (본인이 밝힌 대로) 12월 말 사퇴를 하면, 다음 공천을 바라야 할 후보 중 한 명에 다름없다. 이번 지역위원장 선출에도 단수 후보로 등록했다. 이러한 여지 탓에 다른 진영에선 결코 곱게 볼 일이 없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