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해수부 장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청와대가 국가안전처 장관 등을 내정한 개각에서 이 장관은 빠졌다. 사고 수습 후 사임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청와대는 수습이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모양이다. 실종자 수색이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도 해산했지만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을 두고 청와대가 사실상 유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앞서의 정보통은 “이 장관으로선 자신의 정치 일정이 꼬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장관직을 받았을 때에는 세월호 사건 이전이었다. 그렇다면 1년 이상은 본인이 할 것이라 여겼을 것”이라며 “수습형 장관에 마침표를 찍고 이제는 일을 만드는 장관으로 임하면 측은지심 여론에서 나아가 더 나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장관이 국회로 돌아온다고 해도 원내대표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요즘 새롭게 나온다. 여권의 한 전략가는 “이 장관이 원내대표에 왜 나서려 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번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이 장관은 유족뿐 아니라 국민의 박수를 끌어냈다. 여당은 그의 5선을 막을 명분이 없다. 20대 총선 공천은 떼어논 당상이다. 이 장관이 애써 당내에서 경쟁을 벌여 적을 만들 까닭이 없다”고 해석했다.
이 전략가는 “4선이 원내대표 수준이라면 5선부터는 큰 명예를 얻을 수 있다. 당대표, 국회의장이나 부의장, 나아가서는 국무총리까지도 꿈꿀 수 있다”며 “이 정부에서 원내대표는 철저하게 BH(청와대)와의 교감 아래에서 대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 장관 본인이 안성맞춤인지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김무성 대표까지 부산이어서 마산이 지역구인 이 장관이 원내대표를 맡으면 ‘PK(부산·경남) 공화국’에 대한 타지역의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친박계 한 의원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역사의 현장에서 그의 멘탈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원내대표에 나서 계파싸움의 장본인이 된다면 몇 개월간 쌓아온 이미지가 완전히 깎인다.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이주영 욕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왜 굳이 진흙탕에 발을 담그겠느냐”고 반문하며 “정치적으로 성장했다면 소탐대실하지 않을 것이다. 사석에서 의원들끼리 이야기하다보면 이 장관이 많이 변했다고들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서 나경원 의원의 부상이 실속 있을 것이란 말이 들렸다. 서울시당위원장이기도 한 나 의원이 혁신특위 내 공천개혁소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알짜배기 소위다. 공천개혁은 20대 총선을 앞둔 현역 의원과 도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 홍문종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나 의원의 한 측근은 “2010년 당 공천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아 자료도 많고 공부도 많이 되어 있는 상태다. 먼지를 털고 현 시점과 맞게 수정할 부분만 가린다면 적용 가능한 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공천개혁은 야당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여서 어떻게 야당을 설득할 것인가 하는 플랜까지 짜보려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이 공천개혁안을 무기로 급부상할 기미가 있다는 말이다.
PK의 김무성 대표가 수도권 민심을 붙잡고자 나경원 원내대표 카드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우선 나 의원의 권력 의지는 알려진 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리지 않고 나선다고 해서 나 의원의 성이 ‘나설 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2.5선’의 한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전례, 청와대의 의중까지 살핀다면 그가 원내대표보다는 정책위의장에 마음이 더 가 있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유승민 의원(TK, 대구·경북)이나 이주영 장관(PK)의 파트너가 염두에 둘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정가 정보를 수집하는 정치권 관계자는 “10여 년 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부 기자들을 자택으로 초청해 만찬을 자주 하던 때가 있었다. 폭탄주를 못 마시니 흑기사팀이 가동됐는데 진영, 유승민, 곽성문, 주성영 의원 등이 돌아가며 했다”며 “그때 나 의원이 나서서 우리도 시켜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나 의원이 얼마나 적극적인 사람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고 전했다.
요즘 홍문종 전 사무총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혹자는 “지금 당에 남아 있는 친박 충신은 홍 의원밖에 없다”고도 했다. 친박 유일의 순장조라는 별명도 붙었다. 우선 청와대가 가장 싫어하는 개헌 이야기에서는 김 대표를 겨눠 “자신의 대권 스케줄에 따라 발언을 한 것”이라 직격탄을 날렸고, ‘반기문 현상’이 나왔을 땐 “이 시점에 차기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친박계를 나무라기도 했다. 최근에는 야당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요구를 두고선 “정부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하고 또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국정조사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마음에 들어 할 이야기만 하는 셈이다.
정치권 한 소식통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박 표가 갈라질 것이 빤한데도 왜 서청원 의원과 홍문종 의원을 교통정리하지 않았을까. 둘 다 수도권인데. 그것은 그만큼 BH에서 홍 의원에 대한 신뢰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현안마다 무대(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우고, 본인은 정치적 욕심도 있고. 청와대가 차기 원내대표로 그를 낙점한다는 계획을 짤 수 있는 것 아닌가. BH가 일 좀 한다는 친박은 모조라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에 남은 사람도 별로 없다”고 관측했다.
그야말로 ‘이·나·홍 3인 3색’이다. 하지만 20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렇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중진들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