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진(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은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가 미래부의 승인 불가 입장에도 지속적으로 홈쇼핑 사업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홈쇼핑 사업은 이명희 그룹 회장(작은 사진)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유통업계에서 신세계그룹의 홈쇼핑 사업 진출설이 달궈진 지는 오래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염원인 데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여러 차례 홈쇼핑 사업 진출의 뜻을 밝혀왔던 터다. 신세계 역시 홈쇼핑 사업의 필요성과 진출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홈쇼핑이나 T커머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왔지만 현재로서는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신세계가 홈쇼핑·T커머스 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고 있는 이들 사업은 신고·등록사업이 아니라 허가·승인사업이다. 정부에서 길을 열어줘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길은 홈쇼핑·T커머스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 승인을 의미한다.
아직 이 길이 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언제쯤 길이 열릴지도 알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설립 예정인 ‘제7홈쇼핑’에 대해 중소기업 제품 판매 위주의 공영채널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11월 17일 공청회를 열고 제7홈쇼핑을 비영리법인·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제7홈쇼핑을 가리켜 ‘공영TV홈쇼핑’으로 칭하는 이유다.
신세계는 홈쇼핑과 유사한 T커머스 사업 진출도 바라고 있지만 이 역시 미래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신세계는 T커머스업체인 드림커머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대, T커머스사업에 진출하려 했으나 지난 10월 말 돌연 포기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드림커머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T커머스사업 진출을 모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부 승인 없이는 안 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데이터방송 홈쇼핑’으로 불리는 T커머스란 디지털TV에서 리모컨으로 상품을 골라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비록 홈쇼핑처럼 쇼호스트가 실시간으로 제품 설명을 하지는 않지만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제할 수 있다. 홈쇼핑처럼 일방적으로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의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향후 홈쇼핑 사업만큼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홈쇼핑·T커머스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신세계의 사업 진출설이 계속 회자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분위기가 바뀌어 정부 승인이 기대되면 언제든 바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신세계가 여전히 사업 끈을 놓지 않은 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 측은 드림커머스의 모회사인 화성산업과 미래부를 자주 오가며 동정을 살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관계자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꾸준히 화성산업과 미래부 등을 오가며 사업 승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신세계 이마트의 한 매장 모습.
롯데는 1994년부터 줄기차게 홈쇼핑업계 문을 두드렸으나 정부의 대기업 진출 승인이 나지 않아 번번이 무산되다 우리홈쇼핑의 위기를 기회로 포착했다. 당시 방송위원회는 우리홈쇼핑의 최다액출자자변경을 승인하고 “방송위에 제출한 경영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했다. 아직까지 롯데홈쇼핑의 법인명은 ‘우리홈쇼핑’으로 돼 있으며 롯데와 태광의 지분은 53 대 47 정도로 고정돼 있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세계는 이마트가 한창 잘나가는 시기여서 홈쇼핑에 큰 뜻이 없었다”고 전했다.
신세계의 홈쇼핑·T커머스 사업 진출설의 배경은 또 있다. 대형마트 성장률이 정체돼 있는 상태에서 마땅한 신성장동력이 없는 데다 야심차게 출발한 편의점 사업마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밀었던 온라인몰도 시스템 오작동 등의 이유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짓고 있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은 2017년께나 완공될 예정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때 두 자릿수였던 대형마트 성장률이 최근 1~2%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 3사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계속 매각설에 시달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 연말 1000개 점포 확보를 목표로 지난 7월 의욕적으로 진출한 신세계의 편의점 사업은 11월 말 현재 확보한 위드미 점포가 350개 정도에 그치면서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바라는 홈쇼핑 사업 진출에 성공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