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가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협별 SNS담당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여러분들이 당내 소셜 조직 활성화를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돈 아끼지 말고 다 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걸 다 결제해드릴 테니까.”
지난 4일 ‘소셜 프로단’ 발대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미경 홍보위원장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소셜 프로단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군현 사무총장 역시 “새누리당이 다음 정권을 잡느냐, 못 잡느냐는 SNS 담당자 여러분께 달렸다”며 “온라인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를 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정당 운영이나 선거 때 SNS 같은 뉴미디어의 중요성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여당에서 ‘소셜 연구’에 매진하는 배경에는 좀 다른 이유도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전당대회가 끝나고 유은종 뉴미디어국장이 기획조정국장으로 ‘영전’한 뒤부터 뚜렷한 움직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은종 기조국장은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공채 5기 출신으로 동기인 차주목 조직국장과 함께 중앙당 핵심 인력으로 손꼽힌다. 현재 뉴미디어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밑에서 뉴미디어 전략 및 빅데이터 수집 등을 맡았던 배중근 국장이 맡고 있다.
공채 3기 출신 여권 관계자는 “이제 우리(3기)는 뒷방으로 물러나고 4기가 활약할 시점에서 5기가 주요 당직을 차지한 면이 있다. 뭐가 어찌되었던 대선 공신들 아닌가”라며 “뉴미디어국 중요성이 전보다 커졌다기보다 장 보좌관이랑 친한 공채 5기 라인의 약진으로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장 보좌관’은 지난 대선 공보상황팀장을 맡은 장성철 보좌관으로, 최경환 의원실을 거쳐 현재는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일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다른 당직자는 “이번에 뽑힌 SNS 담당자 면면을 보면 전문가라기보다 당협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많았다. 모집 기간이 한 달이었다는데, 급하게 뽑은 티가 났다. 어느 정도 역할이 주어질지는 의문”이라며 “대체적으로 당협위원장 홍보 수단으로 쓰이지 않겠나. 차기 총선 때 당협 기득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김무성 지도부 방침에 따른 활동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선거 때 온라인 활동을 관여했던 한 친박계 인사는 “김무성 지도부에서 친박계를 챙기려는 것 같다”며 “선거가 끝나고 친박계 온라인 조직들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진짜 공신들은 따로 있는데(자신들인데), 이를 챙겨주겠다는 사람들이 당에서도 청와대에서도 없었다. 지도부가 이 지점을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에서는 여당의 온라인 행보에 대한 위기감이 조금씩 분출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은 새누리당 ‘소셜 발대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민의명령이 ‘온·오프 결합 네트워크 정당으로 진화하자’며 제시한 로드맵을 새누리당은 순차적으로 채택하는데, 새정치연합은 아직도 후보·정파별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네트워크 중심과 당원 중심 정당 구조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줄 것인지는 차기 전당대회 주요 화두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고참 당직자는 “여당에서 하는 것은 당원들끼리의 소통을 강화하자는 것이고 야당은 아예 당원 간 구분을 없애자는 것이니 방향이 좀 다르다”면서도 “야당이 그나마 여당보다 잘하는 게 SNS 기반 활동인데 저쪽에서 따라오고 주도권을 빼앗긴 인상을 주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