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삼성의 후계구도와 관련해서 앞서 3종목이 상장했지만, 투자자들에게 기대만큼의 수익을 안겨준 곳은 아직 없다. 2007년 상장한 삼성카드 시초가는 6만 2200원이지만 현 주가는 4만 원대 중반이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의 대주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월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시초가를 넘지 못했다.
2010년 11만 9500원의 주가로 첫 거래를 시작한 삼성생명의 현 주가는 아직 12만 원이다. 만 4년간이나 시초가를 밑돌았다. 한때 8만 원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 주주 등극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며 간신히 시초가를 넘어섰다.
지난 11월 14일 상장한 삼성SDS의 시초가는 38만 원. 11월 말 43만 원에 육박했지만 현 주가는 32만 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위해서는 삼성SDS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주가를 끌고 올라갔지만, 이 부회장이 내년 상반기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SDS의 사업전망에 대한 장밋빛 분석이 아무리 많아도 이 부회장의 입장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 C&C나 현대글로비스 사례를 봤을 때, 이 부회장이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훨씬 더 끌어올린 후 지분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 나온 게 악재였다”며 “결국 지배구조 관련주의 기업가치는 차기 지배구조를 이룰 당사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화와의 ‘빅딜’ 등 의표를 찌르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행보를 봤을 때 삼성의 발표와 행보를 좀 더 전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 부회장이 팔 수도 있다고 했지, 팔겠다고 한 건 아니다”며 “지난해만 해도 삼성SDS는 당분간 상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뒤집힌 만큼 액면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