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제3차 반부패기관 협의회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정성진 부패방지위원장(왼쪽). 청와대사진기자단 | ||
정부기관의 모 관계자는 “(사정설로) 공직사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숨도 크게 쉬지 말자는 말을 서로 할 정도다. 기관마다 자체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조용히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이러한 대규모 사정설을 뒷받침하듯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정부의 ‘의지 표명’은 가뜩이나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공직사회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최근 부패방지위원회가 공직사회에 반부패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반부패대책추진기획단’을 설치, 운영키로 한 것이나 노대통령의 “임기 후에도 공직자의 부정이 발각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 연금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들은 공직사회에 대한 참여정부의 직격탄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검사 출신인 정성진 부패방지위원장의 등장은 공직사회의 고민을 한층 높이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반부패 관계기관 협의회’에서 “모든 기관이 참여해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반부패 청렴 물결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노대통령이 검사 출신의 정성진 전 국민대 총장을 부패방지위원장에 기용한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앞으로 부방위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 검찰 감사원 경찰 등 사정기관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검찰은 공직자 비리와 관련된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검찰의 자체수사가 아닌 정부 사정기관들로부터 넘겨받은 것들”이라는 것이 검찰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통부 고위직의 구속으로 이어진 ‘정보화촉진기금’ 비리는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에서 이첩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공사장 뇌물 비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군인공제회 비리’는 감사원으로부터 이첩받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군 검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이첩되어 내사가 진행중인 ‘군 비리’ 관련 수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들 외에도 S, T, D 공사의 비리와 관련된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S공사의 경우 검찰에서 비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을 잡고 상당부분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S공사나 D공사의 경우 주공과 같이 제보가 들어와 내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직사회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공기업을 포함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집권 2기를 맞은 참여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가 공직사회 기강확립이다”고 말해 앞으로도 공직에 대한 사정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제보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사정기관들도 공직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가지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표적사정설’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 “참여정부가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을 통해 국가 주도세력의 교체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최근 있었던 김진 전 주공 사장의 경우는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잣대이면서 신호탄이 아니겠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의 모 의원은 “김 전 사장은 이번 정부에서 장관을 한 번은 할 사람이었다”며 “정부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단적인 예다. 부방위와 신설될 고비처가 사정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기획 사정’이란 있을 수도 없고 시기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실제로 정부의 ‘공직사회 기강 확립 의지’는 어느 정권 때보다도 강하지만 그것이 특정한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대적 사정설’이라는 말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 부방위나 고비처의 문제도 정부의 장기계획 중 하나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2월이면 참여정부 초기에 공직을 맡은 고위 공직자들의 임기가 대부분 끝난다.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공직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을 할 이유가 있나”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모 의원도 “참여정부의 목표 중 하나가 ‘투명한 공직사회 건설’이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닌가.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크고 작은 공직자 사정이 있겠지만 대규모 사정이니 정치적 탄압이니 하는 해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