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의원이 긴급호출을 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 빅3 중심구도, 친노·비노 대결로 가는 전당대회는 막자는 움직임이 많이 있다. 이에 오늘 불출마 선언이 찬물 끼얹을 수 있으니 조금 연기해 달라’는 말씀이었다. 대의원들도 ‘(빅3에 대한) 줄 세우기가 시작됐다. 자기 후보가 되지 않으면 당이 일사불란하게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발표하기로 한 입장(불출마 의미)을 조금 더 미루기로 했다.”
불출마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변함없지만, 빅3 구도와 친노·비노 구도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입장이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자회견 다음날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음 총선은 내게 마지막 기회다. 대구에서 떨어지면,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아무래도 당권 출마가 그간 다져온 대구지역에서의 과정을 견줘 볼 때 부담스럽다”라고 현실적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김 전 의원이 언급했듯,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서 빅3 구도에 대한 불출마 요구와 견제의 필요성이 공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빅3 후보들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고 있다”며 “이는 현직 의원뿐 아니라 원로 인사들도 제기하고 있는 문제다.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기 어렵지만 상당히 광범위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박영선 의원이다. 지난 16일 한 새정치연합 당직자는 사석에서 “차기 당권 구도에서 마지막까지 지켜볼 부분은 박영선과 김부겸”이라며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17일 간담회에서 “박영선 의원과 어제 통화를 했다”며 “박 의원이 나에게 총대를 메라고 했고, 나는 반대로 박 의원에 총대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과 만난 박영선 의원의 측근 역시 “통화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18일 박 의원의 해외 실사 전 두 사람의 극비 회동 가능성이 돌기도 했지만, 양측 모두 이에 대해선 “통화만 했을 뿐, 만나진 않았다”고 부인했다.
최근 들어 다시금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는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연대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의 빅3 구도에 대한 견제 물살과 함께 비노진영에서 나름 지분을 형성하고 있는 두 정치인의 연대가 현실화될 경우, 가져올 수 있는 파급력은 차기 전당대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물론 이러한 구도 견제의 움직임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빅3 중 박지원 의원일 것이다. 박영선 의원 스스로 직접 나서기 어려운 부분도 박 의원과의 관계 탓이 클 것”이라며 “어쩌면 현재 돌고 있는 연판장이나 김부겸-박영선 연대 등 카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세균 의원 등 친노진영 후보보다는 박지원 의원의 용단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 말미에 “불출마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상황이 바뀐다는 전제가 있다면 모르겠다.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지’는 분명히 남긴 셈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