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당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주부들을 대상으로 투자 강연을 하는 모습. 우태윤 기자
이 전 회장 호언장담에 바이코리아 펀드는 출시 13일 만에 펀드설정액 1조 원 돌파, 두 달 후 5조 원에 도달했고 3개월 만에 12조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바이코리아 펀드 덕분에 1999년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587로 시작해 연말 네 자릿수인 1028로 마감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을 몰고 온 이 전 회장은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 구속기소돼 1999년 11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 전 회장은 이후에도 대북송금 사건, 현대 비자금 사건 등 여러 송사에 휘말리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 이 전 회장이 G1에너지홀딩스(G1)라는 회사를 설립, 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됐다.
G1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를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이며 단기적으로는 한국을 목표로 하고 있고, 장기적 목표는 아시아의 에너지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요신문>이 서울 광진구에 있는 G1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물었을 때 직원은 “이 회장님은 지금 안 계신다”며 그를 회장으로 칭했다. G1 홈페이지에도 이 전 회장은 체어맨(회장)으로 표기돼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재기프로젝트’ 행보를 두고 권토중래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시선이 적잖았다. 현대가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G1 소식을 들었는데) 이 전 회장도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을 보니 이제 다시 재기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G1은 이 전 회장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G1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한 임원은 “G1은 지난 2013년 설립된 기업으로 이 전 회장도 회사 초창기에는 회장으로 명함을 사용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이 전 회장은 정기적으로 출근 하지 않는다. 현직에 있었기 때문에 조언을 하는, 고문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 전 회장이 회장 직함을 썼던 것은 이 전 회장이 업계에서 오래 있었고 지금 사장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와주는 의미였다. 이 전 회장은 G1의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G1은 아직 실적이 없다고 한다. 앞서의 G1 임원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 큰 사업을 구상하며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의 말대로 G1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큰 목표를 두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G1은 ‘동북아시아 가스 허브’를 목표로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 건설, 셰일가스 저장시설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올해 N-E ASIA(동북아시아) LNG 허브, KJ 파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돼 있지만 연말인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어 보였다.
이 전 회장의 근황에 대해 앞서의 임원은 “(이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출근한 것도 좀 됐다. 일 있으실 때 한 번씩 나와서 도와주는 정도”라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