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MBC 연기대상 홈페이지와 SBS 어워즈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올해 MBC는 달라졌다. 일찌감치 “공동 수상은 없다”고 발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스타들을 보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상식을 외면하는 시청자들을 다시금 TV 앞에 불러 앉히는 것에 무게를 둔 셈이다.
대신 MBC는 대상 수상자를 시청자들의 실시간 투표 결과를 통해 결정한다. 대상 후보는 MBC드라마본부장을 비롯해 시청자 위원회 위원, 탤런트협회 관계자, PD연합회 관계자 등 심사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정한 후 나머지는 시청자들의 손에 맡긴다.
이는 ‘내정설’을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매번 연말 시상식 기간이 되면 “OOO이 내정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돈다. 이런 소문을 접하면 수상을 은근히 기대하던 다른 스타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다른 배우들을 위한 박수부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시간 시청자 투표를 통해 대상이 결정되면 상황은 사뭇 달라진다. 누가 대상을 받을지 마지막까지 모르니 자리를 뜰 수 없다. 시상식 때 TV 노출이 적으면 실시간 득표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대상 후보자들의 참석률도 높일 수 있다.
공동 수상을 없애는 것은 일명 ‘출석상’을 없애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연말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누가 상을 받을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수상권에서 멀어진 스타들은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정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때문에 실시간 문자 투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의 이런 결정에 연예기획사와 스타들의 계산은 복잡해졌다. 공동수상이 사라진 만큼 수상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유 없이 불참하면 대중의 지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다른 수상자들에게 박수만 쳐주고 돌아 나오는 소속 배우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때문에 수상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참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심하던 스타들의 참여도가 낮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불확실한 기대를 믿는 것보다 속 편하게 집에서 시상식을 보겠다는 심산이다. 소위 말하는 ‘A급’ 스타일수록 이런 결정으로 체면을 지키려는 경향이 크다. 때문에 그들을 대할 때는 방송사가 을의 자세가 돼서 참석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KBS의 경우 연말 가요 시상식인 <가요대축제>에서 아예 시상을 폐지했다. 그동안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올해의 노래상’을 줬는데 올해부터는 없애기로 결정했다.
KBS <가요대축제>는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쟁 없이 모두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꾸미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가요대축제> 참가자들.
과거 시상식을 둘러싼 잡음이 일자 KBS는 지난 2009년 시상식을 폐지하고 <가요대축제>라고 프로그램명을 바꾼 후 생방송 문자 투표를 통한 ‘올해의 노래상’만을 수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가 경쟁 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무대를 꾸미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 KBS의 설명이다.
이는 연예기획사의 대형화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몇몇 가요기획사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시즌별로 시차를 두고 톱가수들을 컴백시켜 나눠먹듯 1위 자리에 오른다. 그들의 눈치싸움은 더없이 치열하고 방송사 입장에서는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나머지 다른 기획사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아예 시상식 자체를 없애 기획사 간 출혈경쟁을 줄이고 편하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SBS 가요대전 프로젝트 그룹 ‘럭키보이즈’의 송민호 정용화 닉쿤 바로 엘(왼쪽부터).
반면 SBS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 방송사 최초로 시상식을 대형 축제로 확대한 <SBS 어워즈 페스티벌(SBS AWARDS FESTIVAL)>을 개최하며 연기, 가요, 연예대상을 통합했다. 가요 부문의 시상식은 8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SBS 측은 “음원 다운로드 횟수, 앨범 판매량, SNS 조회수 등 올 한 해 공식 데이터를 통해 공정하게 수상자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SBS 역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KBS와 MBC의 행보에 발맞춰 공동 수상은 지양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상업방송인 SBS가 시청자와 스타들을 모두 잡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우열을 가리는 시상식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스타들도 상을 받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둔다”며 “때문에 SBS는 시상식은 열면서도 친분 있는 스타들을 두루 챙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연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