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병헌, 고 신해철, 김부선, 차승원.
#이병헌 그리고 ‘50억 협박’
올해 연예계를 뒤흔든 최대 이슈는 톱스타 이병헌(44)이 얽힌 50억 원 협박사건이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명확했고, 재판은 신속히 진행됐다. 그런데도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았다. 온라인을 들끓었고 온갖 루머는 난무했다.
사건의 시작은 9월. 이병헌이 음담패설 동영상을 빌미로 자신에게 50억 원을 요구한 모델 출신의 연기자 이 아무개 씨(24)와 걸그룹 글램의 멤버 다희(20)를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하면서다.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 이들은 구속돼 각각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선고 기일은 내년 1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이병헌 스캔들을 둘러싼 ‘사건’보다 중요한 건 ‘이면’이었다. 지난해 동료 연기자 이민정과 결혼한 이병헌이 또 다른 미혼 여성 둘과 술자리를 갖고 이들에게 음담패설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커졌다. 급기야 피고소인 중 한 명인 이 씨는 ‘이병헌과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희대의 스캔들 탓에 이병헌은 그간 쌓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12월로 예정됐던 이병헌 주연 영화 <협녀:칼의 기억>의 개봉은 기약 없이 연기됐고, 맡고 있던 커피 브랜드 모델 자리는 경쟁자인 정우성에게 빼앗겼다. 현재 아내와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 그가 험난했던 올해를 보내고 새해엔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해철 사망…의료사고 분쟁
올해 일어난 가장 황당하고 애석한 사건은 10월 27일 일어난 가수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신해철은 죽기 열흘 전 서울 송파구 A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심정지 상태에까지 이르렀고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소장 및 심낭 천공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당초 의문사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은 장례식을 마치고 장지로 향하던 중 ‘의문사로 남아선 안 된다’는 고인 동료들의 부검 요청을 유가족이 어렵게 받아들인 끝에 속속 의문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유가족은 A 병원 강 아무개 원장을 고소했고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해철의 아내 유원희 씨는 11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억울하거나 힘들 수 있는 의료사고 문제에 (남편의 죽음이) 도움이 되는 계기로 남는다면 아마 그것으로 남편이 위안을 삼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의료분쟁에 임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승원…위기를 기회로 부성애의 승리
차승원은 지난해 아들 노아 씨가 얽힌 감금 폭행 사건의 여파로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며 지내왔다. 그러던 중 올해 10월, 노아 씨의 친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친부임을 내세운 A 씨는 차승원과 그의 부인 이 아무개 씨를 상대로 1억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느닷없는 소송 소식에 팬들은 적잖이 놀랐고, 차승원 가정사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도 집중됐다.
이때 차승원의 대처는 대범했다. 망설이지 않고 곧장 입장을 내왔다. 그는 “22년 전 결혼을 했고 부인과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세 살배기 아들도 함께 한 가족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을) 마음으로 낳은 자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고 지금도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당연한 설명이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은 감동을 받았다. 차승원이 그동안 아들에게 보여준 애정 어린 사연들까지 속속 공개되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새삼 주목받았다.
#분당새댁’ 탕웨이…자유분방 애정사
탕웨이. 연합뉴스
탕웨이는 2007년 영화 <색,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배우다. 최근에는 <황금시대> 등의 영화를 통해 중국에서 손꼽히는 연기자로도 각광받는다. 그런 그가 김태용 감독과는 2~3년 전부터 열애설에 휩싸였고 결국 9월 전격 결혼에 골인하며 ‘핫한’ 커플로 등극했다.
자신의 연애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 스타가 늘어난 점은 올해 연예계가 맞은 가장 큰 변화다. 소녀시대의 윤아는 이승기가 남자친구임을 알렸다. 그런가하면 배두나는 할리우드 스타 짐 스터게스와 공개 데이트를 했다.
#‘난방열사’ 김부선…소셜테이너의 진화
올해 연예계에서 ‘뜬’ 반전의 스타를 꼽으라면 김부선을 빼놓기 어렵다. ‘난방열사’라는 별칭이 새롭게 붙었고 사회 뉴스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됐다. 국정감사의 증인으로까지 채택됐다.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행동가로 주목받고 있다.
김부선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의 일부 세대가 수년 째 난방비를 내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꾸준히 문제를 지적했다. 조용하게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김부선이 9월 아파트 반상회 자리에서 일부 주민과 몸싸움을 벌이고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단순한 폭행 공방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의 실체는 다름 아닌 ‘아파트 관리비 비리’로 확인됐고,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는 성과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김부선의 주장을 적극 받아들였다. 전국 아파트에서 만연한 난방 계량기 조작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강조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한때 대마초 합법화를 적극 주장한 탓에 ‘안티세력’으로부터 공격받았던 김부선은 이제 ‘난방열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세상을 바꾸는 소셜테이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