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기회로
[일요신문] KTX호남고속철도의 내년 3월 개통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개통에 따른 효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유통(쇼핑)과 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빨대(역류)효과가 우려된다는 부정적인 관측과 자치단체의 대응 정책에 따라 지역경제에 보탬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주장 등 두 그룹으로 양분되고 있다. 이는 KTX 개통이 전북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사례를 보면 KTX 개통 후 대구는 의료 등 일부 분야에서 수도권 빨대효과가 나타났으며, 울산은 같은 지방도시인 부산으로 원정 쇼핑 등을 떠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수도권 못지않은 탄탄한 쇼핑·관광 등의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KTX 개통 후에 MICE(전시·박람회)산업이 급성장하고, 방문객이 급증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일부 시민들이 의료시술 문제로 서울로 유입되는 긍·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암스테르담 트렘=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트렘이 지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12세기경 암스텔강에 둑을 쌓아 도시가 건설되면서 지명이 유래되었다. 특히, 유럽에서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기로 유명하며 마약 합법화와 홍등가를 관광화시킨 도시이기도 하다.
전북이 역외 유출을 막고 개통효과를 극대화하는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KTX 개통을 계기로 전북 도내 전역을 아우르는 ‘광역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 관광유치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북이 광역전략을 짜는 것은 중국 관광객(요우커)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현대식 대형 제조공장을 방문하는 ‘산업관광’이 유행하고 있는 데, 군산에 있는 현대조선소 등은 전북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 도민들은 그동안 서울과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특수를 누리는 것을 부럽게 지켜보기만 했다. 유치 자체도 어렵지만 전북을 찾은 중국인은 숙박을 하며 돈을 쓰지 않고, 반나절 정도 머물다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개통되는 KTX 노선은 배후에 많은 산업과 관광 자원을 갖고 있는 익산과 김제, 정읍을 통과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늘어나는 만큼 관광, 서비스산업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전북은 특히 젊은이들의 실업이 심각하다. KTX 개통을 앞두고 전북도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을 위해 ‘광역전략’을 마련하고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후쿠오카 시는 기타큐슈 시 등의 도시를 등에 업고 서비스산업의 중심도시로 활기를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 중심인 후쿠오카 시에서 제조업 중심인 기타큐슈 시까지 쉽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고속열차인 ‘신칸센’ 덕분이었다.
후쿠오카 시에 있는 백화점들이 올리는 매출은 규슈지역 전체 백화점 총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규슈에 기타큐슈, 나가사키, 구마모토 등 많은 도시가 있는 걸 감안하면 후쿠오카 시의 서비스업 매출 점유율이 엄청남을 알 수 있다.
서비스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며 후쿠오카 시의 인구는 약 10년 전 110만 명 정도에서 지금은 약 140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젊은이들이 유입되고 있는 게 큰 이유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KTX호남고속철을 이용하는 중국인들이 아무리 늘어나도 전북관광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수도권이나 제주도, 전남 등으로 빼앗긴다면 지역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호남고속철이 경유하는 익산, 김제, 정읍 등의 자체 전략과 별도로 이들 시·군과 연계해 익산 역세권 개발계획 수립, 새만금지구․ 혁신도시와 연계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군산공항과 연계한 경제활성화 추진, 호남고속철도와 연계한 육·해상 대중교통망 구축 등도 검토해야 한다.
차제에 KTX 개통에 따른 익산역사의 역세권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전북도가 역사 이전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갈등을 우려해 미지근한 방관자 입장에서는 개발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북과 조건이 유사한 대구의 경우는 새겨야 할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KTX 개통과 함께 ‘관광 1번지’ 명성 회복을 기대했던 경주는 관광 특수 효과가 기대 이하다. 경주역과 주변 관광지가 동떨어진 데다 연계 교통수단이 미비하기 때문.
대구경북연구원 곽종무 박사는 “전주와 익산 등은 각 도시의 강점을 앞세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빨대효과’를 극복할 수 있다”며 “특히 KTX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관광지와 연계한 교통시스템과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발달에 따른 시공간의 변화는 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전북의 특성을 반영한 광역정책의 권역 설정이 필요하다. 우선 전주를 중심으로 한 1시간 통행이 가능한 대전, 광주 등까지 아우르는 접근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새만금~전주 간 동서 교통축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전주권 지선 신설 확장과 함께 연결도로의 소통 대책도 시급하다. 도시와 도시, 관광지 간에 연계 리무진버스 운영와 함께 ‘트렘 건설’도 검토해 볼만한 단계가 아닌가 싶다.
이런 광역정책 하에서 KTX 대응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 전주시 컨벤션센터 건립이나 익산역사 이전문제 등 또한 큰 그림 차원에서 그려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