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통합진보당 잔고를 두고 한 말이다. 통진당 해산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선고를 내려 등록을 말소하고 소속 의원들도 의원직이 박탈돼 큰 파문이 일었다. 이어 통진당 재산 환수 작업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선거관위는 통진당으로부터 회계보고서를 제출받아 8일 공개했지만 잔고는 238만 원에 불과했다.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일요신문>이 통진당의 회계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해봤다.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이 결정된 지난 12월 19일 정부와 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집회 모습과 대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전 의원.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2011년 창당한 통진당은 그동안 5번의 회계보고서를 제출했다. 5번의 회계보고서 중 연말보고서는 2011, 2012, 2013년과 최근 공개된 2014년 보고서까지 4번 있었다. 지난 2011년 회계보고서에는 통진당의 수입은 약 140억 원, 지출은 약 136억 원으로 총괄 잔액이 3억 6073만 원이었다. 이중 중앙당분이 1억 8195만 원, 정책연구소분이 1억 7877만 원이었다.
국고보조금은 당 통합으로 인해 옛 민주노동당에서 전년도 이월 금액이 약 6142만 원, 구 국민참여당 이월 금액이 약 2703만 원이었다. 2012년 5월 2일부터 2013년 1월 8일까지의 회계보고서에서도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 전년도 이월 잔액은 약 2879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회계보고 내역에는 전년도 국고보조금 이월금이 약 4억 4508만 원이었다.
이처럼 이월금을 꾸준히 남겨오던 통진당이 지난 12월 19일 해산된 후 잔액은 238만 원에 불과했다. <일요신문> 분석 결과 그 이유로 정당해산과 통진당 의원들이 피소돼 추가로 투입하게 된 비용과 기탁금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3분기에는 당 사수 투쟁(내란음모 조작 사건, 정당해산 청구 소송 등)과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을 중심으로 예산이 집행되었음을 확인하였음”이라는, 지난해 9월 17일 통진당 예산결산위원회의 3분기 회계감사 총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감사 총평처럼 통진당은 내란 음모·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증거은닉 혐의로 재판 중인 오병윤 전 의원뿐만 아니라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까지 법원에서 다툴 일이 많았고 관련 예산 집행이 잦았다. 이 전 의원 내란음모 1심 결심공판 날 전후 조직활동비 지출 내역을 확인해보면 재판으로 인해 추가 지출되는 비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3일 이석기 전 의원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날 ‘수원 재판 참가-식대 또는 음료’라는 항목으로 8번, 52만 원가량이 사용됐다. 또한 ‘수원 파견-숙박’이라는 항목으로는 18만 원을 사용해 하루 동안 재판 관련 식대로 70만 원이 지출됐다. 전날인 2월 2일에는 ‘재판 준비 회의’ 명목의 자료 복사, 식대 등으로 36만 원을 지출했다. 변호사 선임 등 법정 비용 외에 공판 한 번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셈이다. 공판 1주일여 전인 1월 26일에는 ‘당 탄압 대응 투쟁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장소 대관료 및 식대 비용으로 약 65만 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변호사 선임비도 상당하다. 지난해 1월 17일에는 변호사 비용으로 세 곳의 로펌에 각 1000만 원씩을 결제했고, 3월 4일에는 역시 변호사 비용으로 세 곳의 로펌에 각각 880만 원씩을 결제했다. 지난해 2월 28일에는 ‘정치자금 회계 책임자 재판 오병윤 변호사 비용’ 잔금으로 2750만 원을 지출했다. 이렇게 한 해 동안 통진당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약 1억 7800만 원에 이른다.
고립무원인 통진당이 해외로 이슈를 만들거나 도움을 요청하려는 움직임에도 돈이 들어갔다. 지난해 1월 17일에는 ‘국제탄원 제안자료 일어 번역료’로 5만 원을, 1월 28일에는 ‘국제탄원 제안자료 번역’에 7만 5000원, ‘해외인사 번역자료(영어)’ 19만 5000원, ‘해외 연대요청 제안서 번역(영어)’ 6만 6000원, ‘해외 연대요청 제안서 번역(일어)’ 4만 4000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2월 12일에도 ‘국제탄원 제안자료 번역(영어)’에 7만 5000원을 사용했다. 21일엔 ‘해외 정당 사례 조사 및 한국어 번역’ 명목으로 400만 원(200만 원씩 2회)을 쓰기도 했다.
통진당 잔고에는 해산이 선고되면서 4분기 기탁금을 받지 못한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3년 4분기 기탁금은 106억여 원으로, 통진당은 7.2%인 7억 6384만 원을 받은 바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올해 기탁금은 현재 집계 중이며 통진당은 해산됐기에 4분기 기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부터 선관위는 ‘정치자금조사 태스크포스(TF)’ 활동을 시작해 2월 6일까지 통진당 회계보고서를 검토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2월 23일이 잔여재산의 국고귀속 절차 날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진행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출 내역에 대한 <일요신문>의 질문에 지난 6일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은 “회계보고서는 선관위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며 “따라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