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그동안 친박 내에서의 위상은 최 부총리가 앞섰다는 게 중론이다.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최 부총리는 한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차지였던 친박 좌장 자리를 꿰차고 박 대통령의 남다른 신뢰를 받았다.
이 원내대표의 경우 2009년 세종시 논란 당시 도시사직을 버리면서까지 원칙을 지키려 했던 점을 박 대통령이 높이 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이 원내대표는 공공연히 “나는 친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친박 내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됐다. 원내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취임 후 여러 국정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을 받으며 명실상부 핵심 친박 인사로 급부상했다.
그런데 최근 여권 내에선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일종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어느새 최 부총리를 위협할 만한 입지를 구축한 이 원내대표의 일련의 발언들에서 잘 나타난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과 연초 연이어 최경환 경제팀 입장에선 불쾌해 할 수도 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최경환 부총리가 제시했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서 이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경제부처가 사학 및 군인연금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 원내대표의 반발로 흐지부지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고 있는 잠룡 정치인들 간 신경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비박계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이 차기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그러나 그동안 친박계에선 박 대통령 뒤를 이을 만한 주자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와 이 원내대표가 지난해부터 잠룡군으로 거론됐다. 최 부총리는 ‘초이노믹스’로,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문제 등 야권과의 협상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대통령이 차기를 염두에 두고 최 부총리와 이 원내대표에게 의도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 부총리와 이 원내대표의 갈등설이 불거진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의 관계가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 원내대표의 총리 내정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임기가 올해 5월까지인 이 원내대표는 정홍원 총리 후임자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원내대표의 총리 발탁을 최 부총리가 껄끄러워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총리로 임명돼 유력 대권주자로 단숨에 떠오를 가능성을 최 부총리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순·고건·김황식 등 역대 총리 중에서 대권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은 적지 않다. 윤호석 정치평론가는 “친박 내부에서 차기를 둘러싼 권력 다툼의 징조가 보이고 있다. 그 대상은 핵심 친박인 최 부총리와 이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