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은 ‘토토가’ 출연 가수들이다. 김현정, 소찬휘, 이정현 등 비교적 덩치가 가벼운 솔로 가수들이 잰걸음을 걷고 있다. 팀이 아니기 때문에 멤버 간 의견 조율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소찬휘는 6일 싱글 앨범 <글래스 하트>를 발매하며 포문을 열었다. 김현정 역시 6월 새 앨범을 발표하려 박차를 가하고 있고, ‘토토가’의 MC를 맡았던 방송인 이본은 장진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필름있수다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정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토토가’에 출연해 가수로서 재평가를 받기 전 배우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SBS 새 주말극 <떴다 패밀리>의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게다가 ‘토토가’를 통해 가수 이정현의 모습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향후 활동 계획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토가’의 여파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90년대 가수들까지 동요하게 만들었다. 각종 형사 사건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던 그룹 젝스키스의 보컬 강성훈이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토로해 눈길을 모았다. 젝스키스의 또 다른 멤버인 장수원은 요즘 ‘로봇 연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고 김재덕도 간간이 얼굴을 비치고 있다. 때문에 젝스키스 역시 완전체는 아니지만 가요계에 재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현진영과 코요태 등을 찾는 목소리도 많아졌다.
‘토토가’ 방송 이후 음원 사이트 멜론 차트 100위권에는 김건모, 엄정화, 터보, 지누션, 조성모, 소찬휘 등의 노래 19곡이 대거 올라왔다. 20년 전 발표된 노래들이 최신곡들을 밀어내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이 중 터보의 ‘나 어릴 적 꿈’과 ‘화이트 러브’, ‘러브 이즈’, ‘트위스트킹’,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엄정화의 ‘포이즌’ 등은 여러 음원 사이트 정상을 밟았다. ‘토토가’가 방송된 2주간 각종 차트를 휩쓴 90년대 노래들의 음원 매출은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가장 큰돈을 버는 이들은 유통사다. 유통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그들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작곡가들의 수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이들은 단순히 금전적 수익을 넘어 그들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작곡가로서 능력을 재검증받는 기회가 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 작곡가들의 근황을 묻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연락이 끊겼던 90년대 스타들도 종종 연락이 온다”며 “이 작곡가들의 신곡을 받아서 활동하고 싶다고 빨리 진행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은 방송인으로 더 각광받고 있는 주영훈은 터보의 ‘스키장에서’ ‘트위스트킹’ ‘나 어릴 적 꿈’과 엄정화의 ‘포이즌’ 등을 모두 작사, 작곡했다. 때문에 그가 ‘토토가’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반면 이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려는 ‘업자’들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한 유명 힙합 클럽은 이달 초 간판을 내린 후 9일 곧바로 재오픈했다. 클럽의 이름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 누가 봐도 ‘토토가’를 따라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토토가’에 출연했던 이들까지 섭외하기 시작했다.
그룹 쿨(왼쪽)과 김건모. ‘토토가’ 방송화면 캡처.
지난 9일에는 혼성그룹 쿨의 멤버인 이재훈이 출연했다. 이 클럽은 향후 김현정과 지누션, 현진영, 코요태 등이 출연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토토가’ 베끼기가 심각해지자 MBC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곧바로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고 법적으로 제재가 가능해질 때쯤은 ‘토토가’의 인기가 식은 후일 수 있다.
MBC의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토토가’라는 이름과는 거리를 두지만 1990년대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콘서트도 기획되고 있다. 오는 2월에는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백투더나인티스(BACK TO THE 90’s) 빅쑈(BIG SHOW)’라는 제목의 공연이 열린다.
이 공연 기획사 측은 ‘토토가’에 출연했던 지누션과 소찬휘, 김현정을 비롯해 김원준과 김민종, DJ DOC 등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만에 가요모음집도 재등장했다. 16일부터 ‘90년대 청춘가요’라는 제목의 앨범이 고속도로 휴게소와 음반 판매점에 공급되고 있다. 2장의 CD로 구성된 이 앨범에는 ‘토토가’에 등장했던 노래 외에도 영턱스클럽, 클론, 박미경, 룰라 등의 노래가 대거 담겼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성기가 지난 90년대 스타들이 ‘토토가’를 계기로 부활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며 “그들을 보고 즐기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일회성에 그치고 90년대 스타들을 돈벌이로만 이용하려는 일부 업주들의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