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인의 청부를 받아 남편 채홍덕 감독을 납치·살해한 20대 3명이 지난 1월 4일 현장검증을 했다. 2차 범행장소인 서울 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채 감독을 범행차량에 태우는 과정을 재연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채 감독과 결혼 전 이 씨는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신부였다. 이 씨는 자신을 외교관 아버지와 아나운서 어머니 아래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피아니스트이자 미국유학을 마친 후 이화여대에 출강하는 엘리트로 소개했다.
하지만 결혼 3일 전, 이 씨가 2명의 아들이 있는 이혼녀에다 대부분의 경력과 배경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채 감독은 모든 사실을 덮어두고 이 씨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채 감독에게 돌아온 것은 이 씨의 습관적인 거짓말과 끊임없는 외도였다. 결국 두 사람은 ‘사실혼 파기’로 관계를 정리했지만 자신의 치부를 들킨 이 씨는 남편에게 위해를 가해달라는 청부를 하기에 이른다.
이에 이 씨의 사주를 받은 심부름 센터 직원들은 채 감독을 납치해 경북 안동으로 데려가던 중 경기 용인휴게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채 감독을 흉기로 찔러 결국 숨지게 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해 준엄히 꾸짖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범행을 사주하고 공모했을 뿐 직접 범행을 실행하지는 않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이 씨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징역 13년으로 오히려 형을 가중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채 씨의 사망에 가장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으로 공범인 심부름센터 직원들에게 선고된 형과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채 씨가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신이 채 씨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책임을 채 씨에게 돌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제 범행을 실행한 심부름센터 이 아무개 씨(27), 정 아무개 씨(27), 유 아무개 씨(27) 등 3명은 지난달 1심에서 각각 징역 25년, 징역 13년, 징역 10년 등을 선고받았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