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판매 성과 올리는 한편 캐릭터 디자인 비판도…김형태 대표 “게임은 상품, 표현의 자유 존중해달라”
#‘소니가 뒷배’ 호평 업고 대박칠까
스텔라 블레이드는 시프트업이 5년 동안 준비해 4월 26일 출시한 트리플 A급 콘솔 액션 게임으로, 출시 하루 만에 100만 장 판매가 진행됐다고 알려질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정체불명의 침략자 ‘네이티브’에 맞서 폐허가 된 지구에서 펼치지는 여전사 ‘이브’의 모험이 주된 스토리다. 2021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5 쇼케이스에서 첫 트레일러를 공개했는데, 높은 퀄리티와 역동적인 전투로 게이머들의 이목을 샀다.
특히 스텔라 블레이드는 정식 출시 전부터 아마존 판매 1위를 거두는 등 한국 콘솔 게임으로는 유례없는 해외 판매 성과를 보이고 있다. 4월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텔라 블레이드는 영국 소프트웨어 판매 차트에서 닌텐도의 ‘마리오카트8 디럭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PS5 독점 출시로 멀티 플랫폼 게임 대비 판매량 수치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국산 게임이 영국에서 1위에 오른 것도 스텔라 블레이드가 처음이다.
‘메타크리틱’ 등 해외 게임 비평 사이트에서도 호평이 이어진다. 메타크리틱의 스텔라 블레이드 메타스코어(전문가 평가)는 82점, 1700여 명이 참여한 이용자 평가는 10점 만점에 9.2점을 기록했다. 1000개 이상의 유저 평점이 쌓인 게임 중 9.2점을 가진 PS5 게임은 스텔라 블레이드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평점은 2만 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최상위 수준인 4.79점을 달성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기존의 액션 게임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최신 기법을 여러 개 도입해 이슈가 됐다. 조형을 만들어서 촬영하고 이를 다시 게임 소스로 바꾸는 할리우드 영화 기법을 채용한다거나, 기존의 모션 캡처를 뛰어넘는 ‘퍼포먼스 캡처(다이내믹 XYZ와 X센스 장비를 활용)’로 캐릭터의 액션과 얼굴 표정이 그대로 구현되게 함으로써 타 게임사들을 뛰어넘는 그래픽적 강점을 과시하고 있다.
4월 26일 여의도 IFC몰에서 진행된 PS5용 독점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성원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시대를 바꿔왔던 것은 기존 것을 따라 했던 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 기술이 함께 자리 잡았을 때, 새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텔라 블레이드에는 전 세계적 화두인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고, 때로는 자기가 쌓아왔던 일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절대로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요소까지 AI가 대체해 인간의 정의가 재정의 될 때 우리는 어떻게 될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지 질문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스텔라 블레이드가 택한 멀티 엔딩 구조에 대해 “그 선택을 유저들이 내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어떤 선택을 내리든 정사(正史)로 받아들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더 나은 미래와 더 나은 게임을 개발할 것을 약속했다. 국내의 수많은 중소 게임사들에 대해 “국내의 많은 개발사들이 기존의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더해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논란 일자 디자인 수정…'소니'의 입김?
악재도 있다. 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게임업계에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 강조되면서 여성 캐릭터를 일부러 중성적으로 표현하거나 다양한 인종이 출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러한 PC의 대척점에 있는 게임이다. 캐릭터 의상 노출이 심하거나 여성성을 부각하는 모습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돼있다.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선 주인공 캐릭터 이브의 디자인을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비판하는 쪽은 “비현실적 몸매를 강조하는 케케묵은 게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캐릭터의 둔부 쪽 노출도가 높아 일부 유저 사이에서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엉덩이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성인용으로 출시됐다. PC에 얽매여 이용자 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브에 모델링을 제공한 국내 모델 신재은을 언급하며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몸매”라는 항변도 나온다.
해외 언론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임 매체 IGN 프랑스의 한 기자는 스텔라 블레이드 리뷰에서 이브에 대해 “게임의 디자인, 특히 게임의 캐릭터는 명백한 편견을 강조한다”며 “도태남(여자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성적 판타지로 묘사한 인형 같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반발이 거세지자 IGN 프랑스는 “시프트업이나 그 직원 또는 그들의 작업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지만, 문자 그대로 취한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후회한다”면서 “해당 기사로 인해 개인적으로 표적이 되거나 모욕감을 느꼈을 시프트업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상품화 논란에 대해 김형태 대표는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데 우리처럼 돌직구를 던지는 게임사도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의 철학은 기존 지식재산권(IP)에도 반영되어 왔다. 시프트업의 이전 대표작인 ‘데스티니 차일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성상품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김 대표는 게임뷰 인터뷰에서 “게임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고 문화 상품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라며 “‘재미있는 액션 게임이 나왔네’ 정도의 즐거운 시선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상품화 논란이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건 그만큼 작품이 높은 게임성과 잠재성을 보유했다는 방증”이라며 “흥행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면 논란으로만 소비됐을 뿐 예약구매와 같은 이용자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이뤄진 ‘데이원 패치’에서 사전에 공개됐던 노출 수위에 비해 일부 의상 등의 노출도가 감소하면서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시프트업 측이 출시 전 모든 국가에서 무검열 상태로 게임이 제공된다고 공언했던 것에 어긋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시프트업이 게임의 수위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소니에서 요구한 검열 내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부터 소니의 검열 대상이 된 게임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은 데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소니 소유 플랫폼의 독점작에 해당해 소니의 입김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힌 김형태 대표는 “데이원 패치 이후 유저들이 받는 내용이 최종 버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상은 무조건 야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퀄리티를 위한 수정도 당연히 있다. 그 과정에서 노출도가 약해지기도, 반대로 강조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봐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IPO를 앞둔 시프트업에게 스텔라 블레이드 관련 논란은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앞서 시프트업은 3월 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측은 연내 빠르게 IPO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시프트업이 쌓아 온 IP는 ‘예쁜 캐릭터’에 목말랐던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김형태 대표의 철학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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