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5명이 프로를 선발한다. 1년에 단 2명만을 뽑던 옛날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입단대회를 크게 나누면 연구생 입단대회와 일반인 입단대회다.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공부하다가 18세까지 입단을 하지 못하면 연구생에서 나가 일반인 입단대회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예전에는 일반인 입단대회에서는 1명만 통과시키는 시절도 있었다. 연구생에서 나간 숫자가 많아지면서 이쪽 숫자를 늘려 지난해엔 7명이었다. ‘순수 일반인(?^^)’보다는 연구생 출신이 실력에서 앞서니 일반인 대회 입단 티오를 늘리면 연구생 출신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올해는 5명으로 줄었다. 대신 연구생 내신, 연구생 자체 선발전, 영재, 지역 영재 등을 신설했다. 연구생 출신들에게 일반인 대회를 통해 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연구생으로 있을 때 길을 넓혀주고 다양화해 주는 것이 낫다고 본 것.
2010년 폐지되었다가 이번에 부활한 연구생 입단대회에서는 1월 16일 송지훈 선수가 테이프를 끊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연말에 제48기 ‘아마국수’에 올랐던 그 기세로 밀어붙인 것. 송지훈은 1998년생. 경남 진해. 다섯 살 때 바둑을 시작했고 장수영 9단 문하에서 공부했다.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불꽃 튀는 혈전 20일이었던 제135회 일반인 입단대회에서는 홍무진 박재근 최재영 박건호 이창석 선수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그러나 함박웃음을 날리며 입단의 기쁨을 누렸다. 제일 먼저 골인한 홍무진 선수는 바로 한 달 전 아마국수전에서 송지훈 선수에게 반집으로 고배를 들었었다.
홍무진은 1994년생. 역시 다섯 살 때 바둑을 배웠고, 장수영 도장에서 수련했다. 제주 출신 남자 프로기사 1호. 제주 출신 여자 프로기사는 고주연 2단(26), 오정아 2단(22)이 있다. 홍 선수는 최근 1~2년 동안 국내 최대 아마기전인 ‘덕영배 아마대왕전’을 2연패하고 내셔널리그에서도 2013년 우승, 2014년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서울건화’ 팀의 주포로 맹활약하면서 아마랭킹 1위를 지키고 있었고, 이번 대회 전에 이미 입단 포인트 90점을 확보하고 있던 상태여서 어떤 길로든 프로 입문은 시간문제였다.
박재근은 1996년 서울 생. 여섯 살 때 바둑을 시작했고 양천대일도장에서 훈련했다. 최재영은 1997년 인천 산. 바둑 입문은 일곱 살. ‘이세돌 도장’과는 별개로 최근 문을 연 ‘이세돌 바둑연구소’ 출신 프로기사 1호의 주인공이 되었다. 박건호는 1998년 경남 양산 출생. 여덟 살 때 바둑을 배웠고 장수영 도장을 다녔다. 스스로 ‘양산 박’이라고 불러달라는 익살꾼이다. 이창석은 1996년 서울 출생. 다른 입단 동료들보다 늦은 아홉 살 때 바둑을 시작했다. 역시 장수영 도장 출신이다. 이름의 한자가 이세돌의 이, 이창호의 창, 김지석의 석이란다.
6명 중 장수영 도장 출신이 넷, ‘이세돌 연구소’와 ‘양천대일’이 하나씩이다. 장수영 9단 도장은 ‘장 도장’이라고 불리는데, 그야말로 나날이 괄목상대다. 장수영 9단은 “지금 사범으로 있는 박병규 9단(34)이 정말 열심히 한다. 박 사범 공이 크다. 도장도 조만간 박 사범에게 물려줄 생각”이란다. 장 도장에는 여자 주니어 선수도 막강하다. 지난해 입단한 강다정 초단, 내셔널리그의 강타자 권정원 선수 등이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장 도장의 약진에 비해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충암 도장’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이번에 관문을 뚫은 선수들은 이르면 다섯 살, 아무리 늦어도 아홉 살, 그때부터 바둑을 시작해 짧게는 박건호처럼 9년, 조금 길게는 홍무진처럼 16년을 갈고닦아 꿈을 이루었다. 제일 어린 선수가 1998년생인 송지훈과 박건호, 열일곱 살이다. 고등학교 2학년에 한 분야의 프로가 되었으니 대단하다.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 일반인 입단대회.
고등학생 나이 때 전문가 면장을 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그게 결코 빠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가능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늦어도 중학교 1~2학년 때에는 입단을 해야 대성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설이다. 이번에 입단한 선수들은 잠깐 축하의 시간을 갖고 지금부터 다시 더 분발해야 한다. 13세 전후한 나이에 입단하는 이른바 영재 후배들과 겨루려면 더욱 그렇다.
입단에 실패한 선수들 모두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김치우 선수의 탈락이 특히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역시 장 도장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번에 형-동생처럼 지내는 이창석 선수와 함께 출전하면서 “혹시 우리가 입단 결정판 같은 데에서 만나는 일은 없겠지. 잘 두어서 같이 입단하자”고 했는데, 결정판에서 만나 동생 이창석 선수가 이긴 것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