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1일 안개모가 발족함에 따라 여당 내 중도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부터 안영근 유재건 조배숙 의원. 이종현 기자 | ||
안개모의 출범을 바라보는 여당 내부의 시각은 다양하다. ‘안정적인 개혁을 위한 의견 모임’으로 보는 긍정론부터 ‘내부 분열 조장 세력’이라는 비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안개모의 한 핵심 의원은 “현 정치상황에 대한 당 주류의 기본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당내의 넓은 스펙트럼을 당 지도부가 슬기롭게 조화시켜야 한다.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낮은 자세를 유지해 오다 안개모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열린우리당 내 중도파들의 향후 행보와 정치적 영향력을 알아봤다.
안개모는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추진해 온 정치개혁 방향에 대한 일종의 ‘안티테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당내외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는 “그동안 개혁성향 의원들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당내 중도보수 의원들이 정치적인 발언에 나선 것 아닌가. 자칫 당내에서 그동안 쌓인 감정의 폭발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론 결정 과정에서 ‘이게 아닌데’ 싶어 한마디 하고 싶어도 꾹꾹 참고 있던 의원들이 함께 모였다”며 당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있는 안개모 창립 취지문도 하나의 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이미 지난 10월 출범한 보수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일토삼목회(대표 김진표 의원)와 함께 “당내 보수세력이 결집하여 정치세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것을 의식이나 한듯 안개모 발족식이 열린 지난 1일 회장으로 추대된 유재건 의원은 “안개모에는 정치세력화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열린우리당이 국민들로부터 너무 불안하다는 오해를 받으니까 중심을 잡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애써 목소리를 낮췄다. 언론의 과도한 관심도 부담이 되고 있는 듯 대 언론통로도 간사를 맡은 안영근, 조배숙 의원으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개모가 발족한 지난 1일 당내 개혁파 의원들은 일제히 안개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후단협의 냄새가 난다. 안정적으로 개혁을 할지, 안정적으로 개혁을 방해할지 두고 봐야한다”(임종인 의원) “‘안개’는 날이 밝으면 사라지는 것 아니냐”(서갑원 의원)
이러한 당내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안개모측은 곤혹스러우면서도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개모 소속 한 의원은 “젊은 의원들이 개혁을 하겠다고 만드는 모임에 대해 우리가 언제 비판한 적이 있나. 그런데 우리가 ‘제대로 된 개혁’을 하자고 만든 모임에 대해 당내 젊은 의원들이 왜 독설을 하는지 모르겠다.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표를 맡은 유 의원도 안개모를 비판하는 당내 개혁파를 향해 “당 바깥 보수층 중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들은 안개모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고 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인데, 당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여당 내에서는 안개모의 문제의식에 동감하고 있는 의원이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의원도 “아직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60여 명은 될 것”이라며 “(안개모 회원들이) 내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정치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최근 안개모가 당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데에는 최근 당내 사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의 발언 문제만 보더라도 “할 말을 했다. 잘못한 게 없다”는 당내 반응이 있는 반면 “쓸데없는 발언으로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는 질책론이 나오고 있는 것. 후자에는 안개모나 일토삼목회와 같은 당내 보수-중도 경향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편 안개모를 포함한 열린우리당내 중도파의 ‘세 확대’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7대 국회 1년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층 복잡해진 당내 세력 관계속에 새 당권 창출을 놓고 각 세력들이 합종연횡을 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신·정으로 불리던 당권파가 쇠락해 당권이 ‘공백’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목소리를 죽이며 당내 상황을 관망해 왔던 중도보수파의 선택이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벌써 이들 중도보수파 의원들의 모임이 ‘국민정치연구회’ ‘새로운 모색’ 등 재야·개혁당 그룹들과 당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노파심도 나오고 있다.
안개모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정반대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진행중인 정치개혁이 탄력을 받은 만큼 이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 당 핵심 관계자는 “안개모가 힘을 받기는 사실상 힘들다. 이미 당의 정책 방향이 개혁으로 잡혔고 정치구도가 개혁 대 반개혁의 대치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내의 완충판 역할이나 다양한 목소리 정도면 모를까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개혁파 의원들도 생각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개혁파인 이인영 의원의 경우 안개모와 관련 “안개모나 일토삼목회 등의 당의 중도노선에 대해 건강한 흐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당의 기조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안개모 내부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모임 소속인 권선택 의원은 “안개모를 만든 이후 국보법 문제에 대해 대체입법을 주장한 것 말고는 특별히 결정된 것이 없다”며 “정치세력화니 뭐니 이런 해석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