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진료부장(현대유비스병원 관절센터)
◇방심하다 큰코다치는 봄맞이 산행
등산은 봄철에 가장 적합한 운동이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 무릎과 허리 등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중년 이후라면 격렬한 운동보다 등산이 제격이다. 또한 정신적, 심리적으로 정화의 효과가 있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맞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문제는 따뜻해진 날씨와 달리 우리 몸은 아직 겨울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낮은 기온에 적응돼 있는 우리 몸의 무릎, 어깨 등 관절부 인대와 근육은 한겨울과 마찬가지로 긴장하며 수축되고 유연성이 떨어져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생체 내부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 효소의 작용이 둔화돼 에너지를 조달하는 메커니즘도 원활하지 못하다. 때문에 날씨가 좋을 때보다 운동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절기에 여름이나 가을 같은 계절과 유사한 형태로 운동을 하면 사소한 충격에도 다칠 위험이 높다.
게다가 봄이라고는 하지만 산 속은 아직 기온이 매우 낮다. 100m 올라갈 때마다 평균 0.65°C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 설악산 아래가 영상 24도일 경우 해발 1700m의 대청봉 온도는 약 12도에 불과할 정도다. 따라서 관절이나 인대, 근육이 더욱 경직되기 쉬워 무리한 산행은 곧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등산장비를 소홀히 해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아직도 산 정상에는 잔설이 남아 있기도 하고 이슬이 얼어 미끄러운 구간이 많다. 때문에 장비를 간략하게만 챙기고 산행을 나서면 안전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통계를 봐도 봄철 산악 사고 비율이 겨울보다 약 25% 더 높다.
봄맞이 산행 시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바로 낙상사고다. 흔히 하산 할 때 낙상사고가 주로 발생하는데 신체의 무게중심이 높고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신체가 불균형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발목을 삐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우리가 흔히 ‘삐었다’고 말하는 발목 염좌의 약 90%는 발바닥이 안쪽으로 뒤틀리면서 발생한다. 발이 정상적인 운동 범위보다 훨씬 많이 젖혀지면서 관절이 어긋나고 인대가 늘어나면서 손상된다.
발목염좌 뿐 아니라 자칫 미끄러지면서 찰과상이나 타박상을 입을 수도 있다. 찰과상은 피부가 긁혀서 생기는 것으로 표피가 다양한 깊이로 소실되기 때문에 그 정도에 따라 더 쓰리거나 아플 수 있다. 타박상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피부에 상처를 주지 않고 피부 안쪽 층에서 내출혈이 생겨 멍이 드는 외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심하지 않으며 저절로 치유되지만 연부조직의 파열이나 연골이 손상됐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근육이나 인대의 강도와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조금만 삐끗해도 허리나 관절에 부상을 입기 쉬우며 점액낭(무릎 앞쪽에 위치하며 쿠션 역할을 함)에 염증이 생겨 통증ㆍ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골다공증 환자라면 산행은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얼어있는 등산로에서 미끄러질 경우 골밀도가 낮은 골다공증 환자 등은 골절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 손목뼈, 엉덩이 관절, 허리 뼈 주위가 주로 골절되므로 평소 골다공증으로 치료받고 있거나 50세 이상 마른 여성과 같이 골다공증 위험도가 높은 경우라면 일반인 보다 짧고 가벼운 등산으로 만족하고 본격적인 산행은 좀 더 뒤로 미루는 게 좋다.
무릎 관절염 환자 역시 등산을 피해야 한다. 부상의 위험과 별도로 관절에 무척 해롭기 때문이다. 무릎 관절은 체중을 받고 있는 관절로서 체중이 증가하면 증가한 무게의 약 10배까지 추가로 부하가 걸린다. 하산 시에는 무릎이 더 심하게 구부러지고 보폭도 빨라지기 때문에 체중의 평균 4.9배(경사도에 따라 3~6배) 무게를 무릎이 감당해야 한다. 배낭의 무게를 합치면 그 이상이 된다. 관절에 통증이 생겼다면, 일단 등산을 중단하고 적당한 치료를 해야 한다. 관절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매일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면 건강한 관절을 되찾을 수 있으며 등산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도움말-김기봉 진료부장(현대유비스병원 관절센터)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