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시선 때문에 미혼여성 산부인과 방문 꺼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뒤 8년 째 혼자 살고 있는 이모씨(27, 여성)는 몇 개월 전부터 심한 생리통으로 고생했다. 처음에는 생리 때에만 통증이 있더니 얼마 전에는 평소에도 의자에 앉아있으면 느껴지는 아랫배 통증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는 가본 적도 없고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통제만 복용하다가 지난 달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산부인과에 들렀다. 간단한 초음파 검사 결과 8cm 크기의 자궁근종이 발견돼 치료를 권유 받고 수술 없이 초음파로 치료 가능한 하이푸 시술을 받았다. 현재는 근종과 함께 통증이 사라져 일상이 달라졌다.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은 임신 문제가 아니어도 생리불순, 질염, 자궁경부암 예방, 자궁관련 질환 등 다양한 목적 때문이다. 특히 생리가 시작된 이후에는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얼마 전 산부인과 학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여성 중 미혼여성은 29%를 차지했다. 이들 중 산부인과 진료에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로 1위는 ‘진료자체에 대한 두려움’이었고‘사회적 시선’을 꼽은 사람은 21%로 2위를 차지했다.
강남베드로병원여성클리닉센터 서지현 원장은 “사회적 분위기상 미혼여성이 산부인과를 내원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내원하는 미혼여성의 약 50% 정도는 생리불순, 생리통, 스트레스성 부정출혈 등으로 처음 병원을 찾지만 의외로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질염이나 방광염과 같은 염증에서부터 자궁근종, 자궁내막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나머지 50% 정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미혼여성가구, 늘어나는 자궁질환
2010년 서울 1인 여성가구는 98만 가구이다. 과거 우리사회는 여성은 20대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월이 변해30대에 결혼해도 좋고 능력만 있으면 안하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룬다. 대세의 흐름에 따라 2014년 현재 여성 초혼 연령은 30.4세, 초산은 31.5세로 늦춰졌지만적어도 25살 이상의여성이라면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자궁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무엇보다 가임여성의 20~30%,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여성 질환인 자궁근종의 경우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30~40% 밖에 되지 않아 평소에 자궁근종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뿐 아니라 20대 발병비율이 25%를 차지하는 자궁선근증의 경우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질환이라 뒤늦게 불임과 생리과다 등의 증상이 심해진 이후에 병원을 찾게 돼 이미 손쓸 수 없도록 진행이 되어 자궁적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미혼여성 꼭 받아야 하는 산부인과 검사 베스트 3
가임기 여성 2명 중 1명이 환자로 추정되는 자궁근종을 비롯해 자궁적출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고 여겨지는 자궁선근증,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4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자궁경부암 등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자궁관련 질환들은 다행스럽게도 조기 발견시 그 예후가 좋은 편이다. 따라서 가장 최선의 예방법이 바로 정기검진. 아무 증상이 없을 경우에도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은 산부인과를 찾아 간단한 검사를 통해 자궁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초음파검사: 기본적인 검사로 난소, 나팔관, 자궁내막, 자궁체부 등의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시간은 총 5분 이내이며 통증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어 화상진단에서 우선적으로 시행되는 검사이다. 보통 6개월 또는 1년이 지났으면 검사하게 된다.
2) 자궁경부암 검사: 통증없이 간단히 1분 이내에 끝나는 검사로 면봉이나 칫솔모양의 특수 기구로 자궁경부의 세포를 살짝 긁어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더라도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은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3) 질염검사: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질환이어서 자궁의 감기라고 불리는 질염의 원인이 되는 각종 세균의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면봉으로 질분비물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질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세균이 자궁경부, 나팔관 등 주변으로 퍼져 염증과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검진에서 꼭 필요한 검사 중 하나다.
서지현 원장은 “여성의 자궁은 그 속이 보이지 않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여성질환은 질환이 심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로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의 경우에도 자궁을 적출하는 극단적 방법 외에 자궁을 보존하면서흉터 없이 할 수 있는 하이푸 시술이나 자궁동맥색전술 등과 같은 비수술 치료법 등이 발달해있다. 치료나 산부인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은 꼭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