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며 의사를 결정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기관이다. 이 과정에서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가 비정상적인 흥분이나 동시적인 신경 활동에 의해 경련으로 나는 것을 발작이라고 한다. 뇌전증은 이러한 발작적인 경련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말한다. 흔히 ‘간질’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용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지난 2009년 공식명칭이 뇌전증으로 명명됐다.
환자 스스로도 진단 받기를 꺼려하고 이를 숨기려 하기 때문에 뇌전증은 유병률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논문과 조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통계적으로 뇌전증은 1,000명당 4~10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위암 유병률(0.4%)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지만 뇌전증 환자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숨어든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이러한 뇌전증은 이미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예민한 뇌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시선은 곱지 않다. 여전히 낯선 증상에 대한 순간적인 공포와 뇌전증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맞물려 있는 까닭이다.
◇난치성으로 여겨졌던 소아간질, 양ㆍ한방 통합의학으로 답 찾는다
간질은 나이를 불문하고 발생할 수 있지만 ‘소아의 병’이라 할 만큼 전체 간질의 약 3분의 2가 20세 이전에 나타난다. 그 중 70% 정도가 3세 이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소아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 생리적으로 조절기능이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아간질영역의 치료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항경련제로 불리는 약물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말 그대로 경련을 억제하는 약물이지만 증상을 차단할 뿐 원인을 치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 중단 시 경련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국내외에 걸쳐 꾸준히 제기돼 왔다.
치료법에 대한 양의학과 한의학의 대립각도 있었다. 전통적인 한방치료법 중에는 소아간질을 경기라 하며 경련 시 손가락을 따는 등 뇌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치료법이 많고, 동시에 무분별하게 항경련제를 사용하는 양방치료법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기초해 뇌전증은 원인과 증상을 바로 알면 예방할 수 있으며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증 약물난치성 소아간질의 경우 항경련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뇌신경 발달요법을 결합하는 치료가 좋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서융합병원 김문주 원장은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한쪽으로 치우친 의학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항경련제가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한방 탕약요법과 항경련제 요법을 병행해 항경련제를 최단기간 저용량으로 경련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실제 난치성 소아간질에서 뇌에 고용량의 영양을 공급하는 뇌영양요법을 선행시킨 결과 간질환아들의 인지가 먼저 발달하며 점차 경련이 감소하며 난치성 간질이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며 “이는 단식요법으로 영양장애를 부르는 케톤식이요법과 달리 소아간질환자들의 건강상태가 증진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난치성 소아간질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