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O양 비디오’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뜬금 없이 탤런트 안문숙이 비디오의 주인공으로 오해받게 된 것. 이는 애초 ‘A양’이라고 기사화된 탓에 발생한 어이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내용도 이를 뒷받침하는 데 한몫을 했다.
안문숙은 미스 롯데 출신이다. 보통 기사에 등장하는 이니셜에 특별한 법칙은 없다. 당사자의 ‘노출수위’를 두고 고민하는 신문사들은 성을 그대로 딴 이니셜을 쓰기도 하지만, 때로 영어 알파벳 순으로 이니셜을 붙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A씨’가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것이 당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이들이 ‘안씨’성을 가진 안문숙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이다. 물론 안문숙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 얼마 후 스포츠신문에는 “A양 저 아니에요”라는 그의 ‘항변’이 실렸다.
이와 비슷한 일은 지난해 ‘L양 비디오’ 사건 때도 벌어졌다. ‘L양’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수많은 연예인들 중에 하필이면 이승연에게 의혹의 화살이 꽂혔다. 이승연은 당시 “L양 비디오의 주인공은 절대 내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결백을 밝히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참았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문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승연은 “‘L양 비디오’를 볼 수 있다는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보려고도 했다”며 “내가 L양을 대표하는 연예인이라는 사실은 기분 좋다”고 대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몇 달 전 ‘한강 둔치 중년탤런트 K씨 카섹스’ 사건이 일간지 단신을 장식했을 때는 김씨 성을 가진 한 여성탤런트 A씨가 오해를 받았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년 탤런트 K씨가 20대의 남성 접대부와 한강에서 카섹스를 벌였다’는 내용 자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시킨 터에, 당사자인 K씨보다 A씨가 더욱 낯뜨거워 했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편, 최근 ‘C양 비디오’ 내용이 보도된 후 네티즌들은 최아무개씨, 채아무개씨를 문제의 ‘C양’으로 ‘자체판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성을 가진 연예인들도 ‘예기치 않게’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