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호동은 <무릎팍도사>, <달빛 프린스>, <맨발의 친구들> 등 신규 예능이 줄줄이 일찌감치 종방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투명인간> 역시 폐지설이 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SBS <스타킹>과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반응도 그리 뜨겁지 않다. 그나마 유재석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역시 KBS 2TV <나는 남자다>로 쓴맛을 봤다. 제작진은 “시즌제 예능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삼시세끼> 시리즈의 나영석 PD(왼쪽)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PD의 예술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는 몸값만 비싸고 시청률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한 드라마 외주 제작사 대표의 토로다. 일례로 SBS 수목극 <하이드 지킬 나>는 배우 현빈이 <시크릿 가든> 이후 무려 5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았지만 시청률이 3%대로 추락했다. 그가 출연을 검토하다 고사하며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MBC <킬미 힐미>와 맞대결에서 시청률 싸움뿐만 아니라 작품성, 연기력 등 모든 면에서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류스타 비가 출연했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와 주원과 심은경이 주연을 맡았던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의 유명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연예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스타의 시대는 갔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는 누가 메울 것인가. 스타 PD와 작가가 대안이다. 예능에서는 PD, 드라마에서는 작가가 각광받고 있다. 재치 있는 기획과 순발력 넘치는 편집, 그리고 촌철살인 자막은 예능 PD가 가진 가장 큰 무기고, 드라마 성공의 가장 큰 조건은 탄탄한 대본이다.
요즘 예능 PD 중에서는 단연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시리즈의 나영석 PD와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돋보인다. 여기에 KBS 2TV ‘1박2일’의 부활을 이끈 유호진 PD가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다.
나영석 PD는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을 일약 스타덤에 올리며 CF시장에서도 각광받게 만들었고, 이서진과 차승원 등 개인적인 일로 구설에 올랐던 스타들을 다시금 톱스타 반열에 올렸다. tvN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배우, 가수, 예능인을 막론하고 나영석 PD가 러브콜을 보내면 ‘무조건 OK’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어떤 콘셉트인지 미리 설명을 듣지 않아도 나 PD가 만든다고 하면 믿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외를 위해 직접 나서고 꼼꼼한 설명으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나 PD의 성품 또한 많은 이들이 믿고 따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한도전> 역시 스타 사관학교다. 10년의 역사를 거치며 유재석을 필두로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는 모두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정재형, 조정치, 이적, 데프콘 등이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한 후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김연아, 소지섭, 조인성, 최지우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타 예능프로그램은 꺼려도 <무한도전>에는 출연하는 건 김태호 PD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대부분 예능프로그램이 스타들을 불러놓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거나 신변잡기적 이야기를 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나영석, 김태호 PD는 뚜렷한 콘셉트를 잡고 스타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빛날 수 있도록 해준다”며 “긴 호흡의 드라마보다 임팩트 있는 예능 몇 회 분량에 출연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클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은숙 작가
이런 작가들은 몸값도 웬만한 스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드라마 집필 기간 동안 보조 작가 고용비를 비롯해 집필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까지 감안하면 제작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작가들이 쓰는 드라마에는 스타들이 스스로 몸값을 깎으면서도 출연하려 노력한다. 회당 7000만 원을 받던 스타가 2000만 원을 깎고 회당 5000만 원을 받고 출연한다면 16부작 기준으로 3억 2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CF 한 편에만 출연해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 출연 후 각각 30여 편의 CF에 출연했고,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한 장동건, 현빈, 이민호, 김우빈 등은 재도약하거나 스타 반열에 올랐다. 홍자매 작가의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한 장근석은 배용준의 뒤를 잇는 일본 내 한류의 정점으로 자리매김했고 <최고의 사랑>을 통해 차승원은 완벽하게 부활했다.
일명 ‘패키지 딜’도 가능하다. 드라마 제작사의 가장 큰 숙제는 지상파 편성이다. 아무리 지명도 높은 스타를 잡아도 편성을 받지 못하면 드라마를 방송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유명 작가가 답이다. A 작가와 계약한 B 제작사는 A의 작품을 편성하는 조건으로 한 방송사로부터 다른 드라마의 편성권 2개를 더 받았다. A에게 많은 집필료를 주더라도 타 드라마로 수익을 내면 되는 구조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흥행보증수표라 불리는 작가만 잡으면 지상파 편성은 떼놓은 당상이고, 스타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며 “‘시켜만 달라’는 이들과 함께 편하게 작업할 수 있으니 제작사는 인지도 높은 작가 잡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