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한역의 안재모 | ||
그런데 최근 김두한의 주변인물들까지 입을 열고 있어 ‘실제와 다르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 과연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다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았다.
1. 김두한의 외모에 대한 논란
김두한의 모습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수 차례 접해져 왔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김두한의 이미지는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김두한의 인생이 반복돼 영화화된 까닭에 그의 실제 모습보다 영화 속 이미지가 더욱 각인된 상황.
1970년대 이대근이 <실록 김두한> <협객 김두한> 등에서 처음 김두한을 연기한 이후 <장군의 아들>에서 박상민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야인시대>의 안재모까지. 누구 하나 닮은꼴이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들이 김두한을 연기해 왔다. 그런데 <야인시대> 속 김두한의 외모가 더욱 논란을 부르는 것은 시청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 또한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활발한 의견교류도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김두한은 키가 1백80cm, 몸무게는 90kg이 넘는 거구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한다면 안재모는 1백76cm, 60kg의 다소 ‘왜소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후반부에 김두한을 연기할 김영철 역시 큰 체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한 눈에 봐도 눈이 작은 김두한에 비해 안재모는 ‘눈빛연기’를 주무기로 내세울 정도로 쌍꺼풀 진 큰 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약간은 주먹코인 김두한에 비해 안재모는 콧날이 오뚝하다.
옷차림 또한 지적을 받고 있다. 항상 깔끔하게 입고 다녔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김두한은 실제 해방 전까지 정장보다는 싸우기에 편안한 복장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신발도 구두보다는 짚신과 고무신을 주로 신었다는 것. 안재모는 드라마 속에서 깃 넓은 하얀 와이셔츠와 검정색 ‘더블버튼’ 양복을 입고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나오지만 이는 오히려 요즘 유행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젊은 시절을 연기하고 있는 김두한의 ‘올백’ 머리 또한 아직은 이른 편이다.
▲ 김두한(왼쪽) 이대근(오른쪽 위) 박상민 | ||
2. 김두한의 여인들
<야인시대>에서 김두한과 ‘연’을 맺는 여인은 모두 셋이다. 김두한의 첫사랑 박인애 역의 정소영, 기생 설향 역의 허영란, 그리고 하야시의 처제 나미코 역의 이세은이다. 극중에서는 세 사람 모두 김두한을 마음에 품지만 결국 그 누구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김두한은 큰어머니 오씨의 소개로 김부미라는 여인과 결혼하는 것으로 전개될 예정.
그러나 세 사람과 김두한의 인물구도는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 드라마상에서 김두한을 흠모하는 명월관 기생 설향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 이에 대해 김두한의 후계자인 조일환씨는 “설향이라는 기생의 존재는 허구”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김두한을 둘러싼 복잡한 여성관계에 대해 김두한의 가족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김두한의 아내 역시 세 명이어서 그리 순탄치 않은 가족사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장녀 김을동씨가 “여자가 많았다”고 밝혔던 것처럼 김두한을 마음에 둔 여성이 많았던 것은 사실. 김을동씨는 첫째 부인인 고 이재희씨의 딸이며, 둘째 부인 고 김부미씨는 장남 김경민씨를 낳았다.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결혼하게 될 인물인 김부미씨는 실제로는 두 번째 부인인 셈. 마지막으로 셋째 부인 김순옥씨(56)와는 아들 김범상씨(33)를 두고 있다.
▲ <야인시대>서 쌍칼로 분한 박준규(왼쪽)와 하야시 역을 맡은 이창훈 | ||
3. 등장인물의 실존논란
<야인시대>의 인기에 큰몫을 하고 있는 조연급 연기자들도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두한의 주변 인물들은 극 전개상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왜곡 논란’은 역사 속 사실과도 비껴서 생각하기 어렵다.
극중 인물 중 주요배역을 차지하고 있는 ‘쌍칼’ ‘김영태’ ‘하야시’ 등을 둘러싸고 허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김두한의 벗이었던 김동회씨가 <야인시대>의 제작진에게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먼저 박준규 분의 ‘쌍칼’과 정소영이 연기하는 ‘뭉치’는 실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라는 것. 종로2가 야시장의 왕초로 등장하는 쌍칼과 구마적의 수하 뭉치는 스토리 전개상 만만치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김두한을 주먹세계의 왕초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태(박영록 분)는 김두한과 광복 이후에 만난 인물이라고. 때문에 등장시기뿐 아니라 김두한과의 관계 역시 사실과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일본 야쿠자의 조선책임자로 등장하는 하야시(이창훈 분)에 대해서는 실제 그가 ‘선우영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사람이었다고 한다.
한편, <야인시대> 측은 지난 7월29일 첫 방영시 ‘이 드라마는 픽션이므로 가명 또는 가공의 인물이 등장할 수 있음’을 화면에 고지한 바 있다. 사극을 여러 차례 집필해 온 이환경 작가 역시 “사극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두한을 극화하면서 만들어지는 영향력 때문에 그의 가족들과 시청자들은 제각기 다른 잣대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