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빌리프랩, 쏘스뮤직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간접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욱이 민 전 대표의 문제 제기를 레이블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행위로 본다면, 이를 문제 삼아 그를 축출한 하이브에 대해 신뢰관계 파탄을 주장해 온 뉴진스 멤버들의 기존 주장 역시 다시 해석될 여지가 남게 된다. 전속계약 소송에서 패소해 어도어로 다시 돌아간 뉴진스 멤버들의 향후 활동 방향에도 영향이 미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하이브의 2024년 7월 계약 해지 통보가 정당했는지 여부였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유일한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빼가기 위해 계획했고 이는 명백한 계약 파기 행위에 해당한다"며 "계약 위반이 확인됐으므로 해지 통보에 따라 계약 해지는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이 이후의 풋옵션 행사는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를 독립지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사실이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주주간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민 전 대표 등 당시 어도어 임원들이 외부 투자자와 접촉한 것에 대해서도 "모두 하이브의 동의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현실화된 실행 단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과 뉴진스 간 유사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 경영상 판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뉴진스를 빼가려는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앞세워 하이브와 어도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경영권을 흔들려 한 것"이라는 하이브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목은 별도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과도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빌리프랩이 민 전 대표에 대해 제기한 20억 원 상당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 쟁점 역시 민 전 대표의 '아일릿-뉴진스 유사성'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그에 따른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1심에서 재판부가 유사성 문제를 의견 또는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보고, 내부 문제 제기 역시 일정한 근거가 있는 공적 관심 사안으로 평가한 점은 빌리프랩과의 손해배상 소송 주장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판결은 어디까지나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주주간계약 해지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한 것이어서 명예훼손 또는 불법행위 책임 성립 여부와는 법적 판단이 다르게 접근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 분쟁과의 관계에서도 이번 판결은 적지 않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전속계약 분쟁은 이미 별도 재판부에서 계약 유효 판단이 내려져 확정된 사안이다. 그러나 당시 뉴진스 멤버들이 주장했던 신뢰관계 파탄의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가 민 전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내부 감사 착수와 해임, 그리고 배임 혐의 고발 등 일련의 조치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은 결을 달리한다.
전속계약 사건 재판부는 민 전 대표의 문제 제기가 멤버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여론전과 소송을 대비한 사전 작업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의 감사 착수 및 해임 조치를 정당한 경영 판단으로 보고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이번 판결이 확정된 전속계약 유효 판단을 변경할 수 있는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진스 멤버들이 신뢰관계 파탄의 근거로 제시했던 '민 전 대표에 대한 조치의 부당성'이라는 전제가 일정 부분 다르게 평가된 만큼, 향후 분쟁 구도와 그룹 활동 환경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1심 판결 후 민 전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는 엔터사 오케이레코즈를 통해 입장문을 냈다. 그는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번 판결을 통해 주주간계약의 유효성과 풋옵션 권리의 정당성이 확인된 점에 대해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수용하는 바"라며 "판결 결과와 별개로 지난 분쟁에서 피로감을 느끼셨을 팬 여러분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 분들께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긴 법적 공방을 함께 한 하이브 관계자분들께도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이브 역시 짤막한 공식입장을 냈다. 하이브는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포함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