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시절의 김두한을 그리고 있는 안재모 | ||
객 김두한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 <야인시대>의 타이틀롤 김두한 역을 발표했을 때 일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두한 역에 캐스팅 된 배우가 김영철과 안재모였기 때문. 사진과 전설처럼 전해진 무용담 때문에 잘 알려져 있는 ‘덩치 좋고 힘 좋고 날랜 장사 김두한’과는 김영철도 안재모도 닮지 않았다는 것. 눈이 작기로 유명한 김두한에 비해 두 연기자 모두 눈까지 크고 부리부리해서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그러나 김영철은 “김두한과 비슷한 풍채를 만들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지금부터 노력해 20kg 정도 늘릴 계획이다”고 응수했다. 제작진도 주먹 잘 쓰는 깡패보다는 고뇌하는 정치인의 면모까지 부각시킬 예정이므로 그런 연기를 소화해낼 연기자를 찾았다고 한다. 김영철이 나오는 장면은 50회 이후이므로 외모적인 면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다른 연기자는 비교적 닮았다는 평가. 가장 흡사하단 평을 듣는 이는 의외로 이혁재. 개그맨 이혁재가 맡은 김무옥은 쌍칼의 수하였다가 그가 중국으로 떠난 후 김두한 밑으로 들어간 인물로, 부하면서 절친한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김무옥은 원래 유도 선수 출신으로 땅딸하면서도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고 한다. 김두한이 우울해할 때에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농담을 해서 웃음을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다고. <야인시대> 제작진은 개그맨 출신으로 적절히 웃음을 준다는 점이나 외모가 비슷하단 점에서 이혁재를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구마적’과의 결투에서 남자답게 패배를 인정하고 김두한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쌍칼’역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박준규도 “그만하면 비슷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쌍칼’은 보통 체격으로 그리 크진 않지만 매우 날렵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스턴트맨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쌍칼의 액션 연기를 잘 소화해 낸 것이 박준규가 더욱 ‘쌍칼’답게 보인 비결.
▲ 쌍칼 역의 박준규, 하야시 역의 이창훈(왼쪽부터). | ||
김두한과 숙적 관계인 일본 야쿠자의 ‘오야붕’ 하야시 역은 이창훈이다. 하야시의 외모는 겉만 봐서는 도저히 야쿠자나 주먹패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단정한 용모였다고 전한다. 하얀 얼굴에 체격도 날씬하고 예쁘장한 얼굴로, 새색시같이 얌전하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는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인 처를 얻은 한국인이라고도 전해진다. 하야시 역을 맡은 이창훈 역시 주먹 세계에 몸담을 외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역시 “이런 힘쓰는 역이나 악역은 처음이다”며 쑥스러워 한다고.
그러나 청년 김두한 역을 맡은 안재모는 우리가 상상하는 김두한과는 전혀 딴판이다. ‘악수를 하면 손이 으스러질 것 같은 타고난 장사’라는 표현이 안재모와 어울릴까. 처음 캐스팅 발표 때만 해도 ‘곱상한 외모에 가냘프게까지 느껴지는 날씬한 몸매의 안재모가 김두한?’ 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역할을 위해 매일 2∼3km를 뛰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백 번씩을 한 다음 액션 연습에 임하는 안재모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야말로 <야인시대>가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비결 중의 비결이다.
제작진은 “일부러 깡패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를 가진 외모를 찾았다”고 했다. <야인시대>가 액션 활극이 아니라 김두한이라는 ‘인간’에 대한 드라마란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닮았느니 안닮았느니 하는 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김영철은 “아예 18세의 젊은 김두한부터 하고 싶어 보톡스 주사도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안재모와도 안닮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 할 까봐 포기했다”고도 했다.
사실 배우의 외모가 실제인물과 꼭 닮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외모와 닮을수록 인물에 더 빠져들기 쉽긴 하지만, 시대극의 재미가 인물들의 외모까지 똑같이 재현하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