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라이벌>에 출연했던 소유진(왼쪽)과 김민 정. | ||
이 같은 연기자들의 배역에 대한 충성심은 브라운관보다 스크린 쪽에서 훨씬 두각을 나타낸다. 하루에 무려 25신 이상 촬영하고 쪽지 대본까지 횡행하는 드라마 제작과 달리 영화는 상대적으로 스케줄과 제작 일정이 여유롭기 때문에 배우들이 그만큼 자신의 배역에 공들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 가장 무서운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는 바로 설경구. 자신의 배역을 위해 몸무게를 20kg이나 늘였다 줄였다…. 더이상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그런데 드라마에도 제2, 제3의 설경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탤런트들도 영화배우 못지 않게 자신이 맡은 배역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는 것이다. 탤런트들도 이제 시간이 부족하다고 푸념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눈을 부릅뜨고 시청하는 네티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알려졌듯 MBC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의 ‘아리영’ 장서희는 지난해 여름부터 살사 댄스와 드럼 학원을 다니며 개인기를 연마했다. 이런 착실한 연기 준비와 탄탄한 대본 덕분에 <인어 아가씨>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1월 방영하는 MBC 새 드라마 <삼총사>. 386세대 젊은 정치인들을 그릴 이 드라마에서 기자 역을 맡은 김소연은 두 달 전부터 바이올린과 씨름중이다.
▲ SBS <수호천사>에 출연했던 송혜교(왼쪽)와 성유리의 MBC <배달의 기수> 출연장면. | ||
극중 1, 2회 여고 시절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김소연은 청중들 앞에서 ‘사랑의 인사’를 멋지게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밖에도 바이올린 연주는 불과 몇 신에만 잠깐 나올 뿐이지만 김소연은 이를 위해 개인 레슨 강사까지 섭외, 연습에 매달렸다. 난생 처음 배우는 바이올린이다 보니 손톱도 짧게 자르고 바이올린 줄을 누르는 왼손가락 모두 굳은살이 박힌 상태다.
싸이와 강타 음반 작업에 참여한 세션맨 오조한씨로부터 1주일에 네 차례씩 강도 높은 맨투맨 레슨을 받고 있다.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바이올린 연주 자세는 고문으로 불릴 만큼 힘든 난이도 A포즈. 때문에 김소연은 한 시간 레슨을 마치고 나면 다리를 휘청거리는 등 파김치가 된다.
11월 선보이는 MBC 국방홍보원 공동제작 드라마 <배달의 기수>(가제)에 출연하는 성유리도 죽을 맛이다. 극중 전방 부대에 부임한 신임 소위 ‘이강현’으로 등장하는 그는 전투복과 철모를 쓴 채 실제 군인처럼 생활하고 있다. 핑클 활동 당시의 ‘나긋나긋함’을 벗어 던지고 대신 ‘절도와 패기’로 무장하고 있는 것. 지난주부터 경기도 포천 열쇠부대에서 촬영중인 성유리는 ‘다’‘까’로 끝나는 군대 용어뿐 아니라 낯선 억양과 어투를 몸에 익히느라 고생이다. 성유리는 “1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1주일 동안 다 써버린 느낌이다. 평소 운동을 싫어해 출연을 망설였는데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며 “공주처럼 나오는 건 포기한 지 오래다. 여군장교 뺨칠 정도로 잘한다는 말은 기대도 안한다. 욕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촬영중 성유리 옆에는 실제 여군장교가 밀착 마크, 리얼리티 있는 연기 조언을 해주고 있다.
내년 1월 전파를 타는 SBS TV <올인> 출연진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래시계> 이후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도박사 이야기를 다룬 <올인>은 이병헌의 드라마 컴백작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극중 딜러로 나오는 송혜교 박솔미 등도 실제 카지노 업소에서 전문 딜러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송혜교는 워커힐 카지노에 전문 강사까지 두고 빠른 ‘손놀림’을 위해 땀을 쏟고 있다. 내국인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카지노이지만 방송사의 특별 출입 신청으로 극비리에 오가고 있다.
김범석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