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귀빈을 대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과연 그들이 그렇게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궁금해한다. 특히 연예인으로서 귀빈 대접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의 시종장이 되어 보필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귀빈 대접의 한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한다. 씁쓸한 웃음 지으며 허탈해 할 때도 있다.
2002년도 막바지에 이른 지금에 연예인들을 전통적인 신분에 빗대 광대라고 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들이 귀빈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그것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그 힘으로 많은 것들을 장악하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이 힘깨나 쓰는 연예인들의 특별한 요구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잘못 공수된 문화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귀빈 대접 요구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영화배우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으나 몸을 사리기 위해 대역을 요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자신의 촬영스케줄을 개인사정 때문에 밥먹듯 조정하는 그녀가 먼저 한국 영화적 현실에 해야할 일은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현장에서 자신을 대접해달라는 요구는 사실 귀빈 요구 사례의 축에 끼지도 못한다.
해맑은 미소를 지닌 영화배우 B의 해프닝은 정말 실소가 터져 나온다. 지난 시즌, 한 제과회사의 메인 모델로 활동한 B는 자신이 광고한 그 제품을 어느 때나,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본사 혹은 제조 공장으로 직접 가서 그런 얘기를 했다면 모른다. 느닷없이 제과회사의 대리점으로 들어가 원하는 만큼 빵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니. 당시 그의 입에서는 “나는 이 회사의 귀빈이다. 나 때문에 팔린 빵의 개수가 몇 개 인지나 아냐?”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의 이 귀빈 의식은 부산의 한 특급 호텔에서도 작은 소동을 일으켰다. 귀빈층을 쓸 것이고 귀빈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쓰겠다고 우기며 나선 것. 회사의 임원이나 정말로 신분 노출이 보안 사항일 경우 외에는 쓰지 않는 엘리베이터까지 쓰겠다고 하는데 호텔 직원들이 아연실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그는 자신이 돈을 쓰지 않고도 묵을 수 있었는데 이 호텔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공항에서도 연예인들이 귀빈대접을 받고자 하는 일은 왕왕 있는 사례. 이코노믹 클래스에 탑승해서 퍼스트 클래스로 바꾸어 달라고 떼를 쓰던 탤런트 C의 요구는 이제는 고전. 이코노믹 클래스 표를 들고 퍼스트 클래스 지정석을 요구하다가 이코노믹 라인으로 등 떠밀린 신세대 탤런트 D의 얘기도 애교처럼 들린다.
하지만 공항의 귀빈층을 사용하겠다는 연예인들의 요구는 때로 황당하다. 국회의원들도 쓰지 않기로 한 귀빈층이 아닌가. 연예인이 국회의원보다 못하다는 게 아니라 공무를 위해 출입국하는 사람들도 쓰지 않기로 한 귀빈실을 그들이 공연을 위해 쓰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사회지도층, 혹은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대개 귀빈의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들의 그런 욕구는 스스로가 아닌 그들 밖으로부터 생겨난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게 정당한 귀빈 대접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연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