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프로의 인기에는 MC 이상벽의 구수한 진행 도 한몫. 파트너인 설수진도 스튜디오 분위기 를 훈훈하게 데운다. | ||
드라마보다 더한 애틋한 사연도 이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누려온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TV 안에서 본 감동이 밖에서도 여전할까?
그토록 찾던 ‘보고싶던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응은 아무리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이라도 숨기지 못한다.
대부분은 몹시 반가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먹해 하고 수줍어도 하고 때론 떨떠름해하는 등 직접 대면한 뒤에 나오는 진솔한 반응이야말로 이 프로의 인기 요인이다. 이들이 옛 사람을 만났을 때와 만난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은사를 찾은 경우는 거의 만남이 지속된다. 출연자 중 거의 반은 은사를 찾는데 특히 중년 이상의 스타들이 옛날 선생님을 다시 만나면 대부분 울먹일 정도로 반기며 방송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경조사도 빠짐없이 챙긴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한 지 이미 오래라 어릴 적에 뵌 선생님이 살아계신지 확신 못하던 경우 기쁨은 몇 배에 달한다. 탤런트 강부자의 경우는 어린 시절 이미 연로하셨던 교장선생님을 찾아내 뛸듯이 기뻐했다. 나이 1백세였던 선생님이 스튜디오까지 나오셨을 때 강부자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첫사랑을 찾은 경우 연령대에 따라 뒷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직 젊은 20대 초반의 연예인들은 친구 사이로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종종 연락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30대 정도면 서로 가정이 있을 나이이므로 아예 부부동반 만남으로서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미혼 연예인이 첫사랑을 찾을 땐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한다. 상대 이성이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둔 경우 특히 그런데, 이 때는 모처럼의 해후인데도 연락이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 4백회 방송분에 출연한 성악가 조수미씨(오른쪽)가 사회 자들과 함께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 ||
또 MC 이매리도 어릴 적 첫사랑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면서도 함께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탤런트 L군은 차 한 잔조차 나누지 않고 급하게 연락처만 건네고 사라졌다고. 단 30분도 시간을 못 낼 정도로 스케줄을 조절할 수 없었는지는 본인만 알 일이다.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예쁘거나 멋졌던 첫사랑이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방송임에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호방한 마스크로 인기와 연기를 인정받고 있는 탤런트 K는 중학교 때 미팅에서 만났던 첫사랑이 옛날 기억만큼 아름답지 않고 나이도 들어 보이는 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가수 B 역시 똑똑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기억했던 동창생이 십수년 만에 보니 기대보다 예쁘지도 않고 자기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자 실망한 나머지 옆 사람들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시무룩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종종 있었다. 탤런트 최수종이 옛날 은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고인이 된 후였다. 이 방송이 나간 95년까지만 해도 찾던 분이 고인이 된 경우는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결과를 궁금해하자 굳이 방송에 내보낸 것.
최수종은 전혀 모른 상태에서 스튜디오에 나왔다가 은사가 돌아가신 걸 알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부르질 말지 왜 날 여기까지 오게 했느냐”며 비통해하는 그의 가슴아픈 사연은 많은 시청자를 함께 울렸다.
그러나 겨우 찾은 그 분은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이 사실을 모르고 출연한 고두심은 고인의 소식에 놀라고 슬퍼하는 한편 사회자를 비롯한 스태프에게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사회자인 이상벽은 미안하고 난처해 진땀을 흘렸고 리포터와 작가는 화를 피해 어디론가 숨어버렸다고. 호사다마라고 다행히 방송이 나간 후 어렵게 살던 고인의 유족을 돕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덕분에 고인의 딸이 취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간혹 유명스타가 찾아도 ‘찾아줘서 고맙고 기쁘지만 방송에 나갈 순 없다’고 해서, 사람을 찾고도 방송에는 다른 인물로 대체하기도 한다. 초창기 방송이 ‘뜨기’ 전까지는 혼기에 접어든 미혼 남녀는 가족이나 사귀는 사람의 반대로 거의 나오지 못했다.
찾던 사람이 교수가 된 경우도 보수적인 풍토 때문인지 거의 출연을 기피했다. 이 프로는 남녀노소 고른 계층이 함께 보기 때문에 출연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젊은 아이돌스타가 출연할 땐 다른 한편에선 좀 더 나이 지긋한 연령의 스타를 모신다.
최진실 등 전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스타가 아니라면 한창 인기 있는 젊은 신인이 나와도 시청률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출연자보다는 사연이 극적일 때 많은 사람들이 진한 감동을 느낀다고.
오는 22일 방영되는 크리스마스 특집에는 탤런트 임동진의 사연이 소개된다. 전쟁 직후 병을 앓던 임동진의 어머니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다음날인 크리스마스에 친했던 같은 반 형이 놀러왔는데 임동진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고는 미군 양아버지가 준 귀한 장난감 선물을 주면서 슬픔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전쟁고아였던 그 형은 다음날 양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떠났고, 이후 수십 년 째 소식을 알 수 없었지만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때 일이 떠오른다고. “사람을 찾았느냐?” 고 묻자 안혜진 작가는 “그 날 보면 알 것”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방송은 추억 속의 인물을 찾아와 훈훈한 감동을 전하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어렵게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계속 이을 수 있을까? 그것은 출연한 스타들 각자의 몫이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