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금기’를 다뤄 화제에 오른 <눈사람>의 오연수, 조재현, 공효진. | ||
가장 눈길을 끈 파격 캐스팅의 주인공은 공효진. 고르는 드라마마다 작품성 혹은 시청률이라는 떡 하나씩은 확실히 거머쥐어 뛰어난 안목을 지닌 것으로 이름난 공효진이지만 ‘멜로 드라마 여주인공’은 그녀 자신으로서도 깜짝 놀랄 선택이었다.
공효진은 1월부터 방영한 MBC 드라마 <눈사람>에서 ‘형부를 사랑한 처제’ 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왈가닥 혹은 엽기녀로서 주연보다 돋보이는 조연으로 활약했던 그녀는 자신이 애틋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공효진보다 더 세인들을 놀라게 한 캐스팅은 문제의 ‘형부’ 조재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배우로 올려준 <피아노> 이후 1년여 만의 드라마 출연인 데다 본인이 직접 <눈사람>의 주인공 ‘필승’ 역을 자청하고 나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처음부터 조재현에게 주인공 섭외가 들어온 건 아니었다. 이창순 PD와 작가가 주인공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심하다가 재벌 2세 ‘성준’ 역부터 먼저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다. 성준 역을 <내 사랑 팥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래원에게 맡기려고 시놉시스와 대본을 소속사에 보낸 것.
같은 기획사 소속인 김래원에게 온 대본을 우연찮게 본 조재현, “이거다”싶어 출연을 자청했다. 가만히 앉아 굴러온 떡을 삼키게 된 이창순 PD와 <눈사람> 제작팀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이미지나 연기력, 지명도 등을 고려하는 주연 배우 물망에 조재현도 오르긴 했지만 이미 ‘거물’급인 그의 캐스팅이 쉬울 거라고 여기지 않았던 까닭이다.
▲ <장희빈>의 김혜수(왼쪽), <아내>의 엄정화 | ||
<눈사람>은 선입견을 깬 캐스팅, 맞춤옷을 입은 듯이 자연스럽고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는 주연 배우들 덕분에 양손에 호평과 시청률이란 떡을 쥐고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파격 캐스팅이 ‘논란’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KBS <아내>에서 탄탄한 연기를 과시하는 유동근 김희애와 함께 나오는 엄정화에 대해선 캐스팅 발표 때부터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섹시한 이미지의 엄정화가 아내 역, 그것도 시골의 촌부 역이라는 발표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
최근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엄정화는 이내 ‘배역’ 논란과 함께 ‘성형수술설’에 휘말렸다. ‘시골 사람 역이라고 화장을 안 하고 나왔지만 성형수술 티가 너무 나서 부담스럽다’는 비판이 그것. 그러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기가 훌륭해 캐스팅했다”는 김현준 PD는 “엄정화는 많은 잠재력을 가진 배우다. 곧 진가를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미스캐스팅’이라는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드라마는 <장희빈>. 해를 넘겨 벌써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캐스팅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영국 PD는 ‘김혜수가 낮은 신분인데도 위엄이 서려 있다, 차라리 박선영과 바꿔라, 전광렬이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라는 시청자들의 비판에 대해 “어린 시절의 연기는 아역을 쓸 수도 있었고, 다른 캐스팅을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새로운 장희빈’을 보여주겠노라 시청자들과 약속했다. 여태 봐온 장희빈과는 다른 내용과 캐스팅을 감행한 것은, 드라마를 어떤 입장에서 만드느냐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새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가장 신경쓰이는 캐스팅 문제. 톱스타가 나와야 관심이 높아지고 시청률 승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톱스타가 아니라도 적합한 배우에게 적절한 배역을 맡겼을 때 드라마의 질과 재미가 더해지는 예를 찾기 어렵지 않다.
각 방송사의 간판드라마 중 과연 어떤 작품이 이런 영예를 얻을 수 있을까.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