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각종 현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요즘 당 지도부 분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낫다”며 이렇게 전했다.
“지도부가 일사불란,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것은 전제주의, 독재주의 발상이다. 김 대표나 유 원내대표 둘 다 당내 민주화를 모토로 하고 있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김 대표도 ‘당은 시끄러울수록 좋다’고 말하지 않았나. 유 원내대표는 ‘일방통행은 없다’고 했다. 선수(選數) 눈치 볼 것 없이 모두 제 할 말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왜 정가에서 K·Y 라인의 틈새를 벌이는 말들이 회자하는 것일까. 여의도 호사가들 사이에선 “당이 정치보다는 정책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유 원내대표에 대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더 밝다”는 이유를 든다. 각 현안에서 김무성-문재인 대표끼리의 입씨름보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문 대표의 입장차가 보도될 때가 많았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당을 주무르는 시기가 끝났다. 정부의 주요한 정책이라든가 필요한 인사를 국회에 부탁해야 하는 때”라며 “그러다 보니 당보다는 원내지도부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언론에 유 원내대표가 더욱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즉, 유 원내대표의 지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모종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리다.
여권의 한 정책통으로 일컬어지는 인사는 “K·Y 라인은 김 대표의 대표적 약점 중 하나인 콘텐츠 부족을 유 원내대표가 상쇄해주는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정책 조정 및 해결 측면에선 유 원내대표 쪽이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찌됐든 유 원내대표가 들어선 뒤 김영란법 처리라든가 일부 경제 관련 입법이 성사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김 대표는 금융 관계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경제지표를 잘못 읽어 무안을 당한 일이 있었다.
일부는 ‘의도된 이견, 작전상 갈등’을 말한다. 기준금리 인하 때 김 대표는 “시의적절하다”고 했고, 유 원내대표는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로 이어진다”고 했다. 증세와 복지 구조조정이 맞붙었을 때 김 대표는 “복지 구조조정부터”를, 유 원내대표는 “증세까지도 검토 가능”을 말했다. 김영란법을 처리할 때 김 대표가 “충분한 논의”를 말했다면 유 원내대표는 “통과 후 수정”을 주장했다. 최근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일부 엇박자는 김 대표 측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읽을 수도 있지만, 두 수장이 당내 공론화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관료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두 사람의 이견은 현안을 두고 촉발되는 다양한 의견을 망라할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당의 숙의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당은 정책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며 “정부에서 만지작거리는 시간보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시간이 길다보면 언론과 여론이 당을 주목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하는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일종의 ‘건강한 여당’ 색깔 찾기로 읽힌다는 것이다.
국방위 소속 중진 의원은 “사드 문제는 둘의 의견 차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지를 나눠가진 모습”이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외교 문제인데 당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당내 이견을 통해 국익에 해가 되지 않도록 역할분담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일곱 차례 가까이 중국을 다녀온 사실상 중국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만났다. 반대로 유 원내대표는 미국과 가깝다. 위스콘신대 출신인 데다 외교안보에서만큼은 보수주의를 자처한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목표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갈등으로 본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 대표로선 유 원내대표를 통해 청와대 관계와 TK(대구·경북)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어가려할 뿐, 실상은 건너야 할 걸림돌이다. 대 청와대 물밑 교감은 그보다 유 원내대표가 낫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 원내대표는 올해 하반기까지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차기주자급으로 오르기가 난망해진다. 지난 지도부에서 김 대표와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모두가 ‘투톱체제’로 인정했지만, 지금 지도부는 ‘라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대중성, 인지도 측면에서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의 투톱체제로 위상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파열음이 최근 사드 문제로 크게 불거진 것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는 재벌가의 기업인 출신이고, 유 원내대표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불가피한 시각차가 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사드 논란으로 둘의 시각차가 확연하게 드러난 만큼 의총 논의 결과에 따라 당내 세력분포도 재편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엇박자의 비밀이 풀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