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안성기, 이성재, 김희선 | ||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흔히 ‘우연찮게 연결되는 관계’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오늘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서로의 인맥관계를 따지다보니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둘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다. 이때는 서로 더욱 친밀감도 느끼게 되고 ‘세상은 참 좁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연예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일반인들도 경우에 따라서 적게는 3∼4명만 거쳐도 톱스타와 인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톱스타도 사실 알고 보면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하웅 교수(물리학과)가 최근 발표한 ‘한국 영화계 인맥 네트워크’라는 연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정 교수는 2002년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약 4개월 동안 하이텔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영화계 인사 8천여 명의 인맥 관계를 밝혀냈다. 이는 이른바 ‘복잡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라고 하는데, 사람을 점으로 표시하고 다른 사람과 친분관계가 있으면 선으로 연결해 전체 구성원의 인맥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이 전체 네트워크의 다른 사람들과 평균적으로 몇 명을 거쳐 연결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인맥지도’는 단지 연예계 내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친구가 탤런트 김혜수의 매니저로 일을 한다고 하면 당신은 단 1명만 거쳐도 탤런트 김혜수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 위는 이미연(왼쪽), 신은경, 아래는 신성일(왼쪽), 박중훈 | ||
박씨는 평균 2.06명을 건너 영화계 전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박용팔-신은경, 박용팔-윤일주-정웅인, 박용팔-안성기-이성재-김희선과 같은 식으로 인맥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조연급이고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박씨가 인맥의 중심이라는 점은 의외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신성일씨(강신성일)가 함께 영화를 찍은 사람들의 수가 6백29명인데 비해 박씨는 무려 9백43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박씨 이외에 영화계 인맥의 중심권에 있는 남성 영화인은 양택조, 안성기, 신성일, 이경영, 박중훈, 명계남 등이고 여자 영화인은 이미연, 신은경, 최진실, 이승연, 이영애, 김희선 등이다. 이들은 모두 평균 2.5명에서 3명 정도를 거쳐 대다수 영화계 인사들과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영화계 내의 다양한 인맥 관계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박중훈은 송윤아를 거쳐서 김희선과 연결되어 있고 이승연은 이정재를 통해서 이영애와 아는 사이다. 나아가 미국 영화계와는 영화 <찰리의 진실>에 출연한 박중훈씨가 그 인맥의 길목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영화계 전체의 인맥관계가 국내에서 밝혀지기는 처음. 정하웅 교수는 “이 연구는 사람들이 네트워크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밝혀준다”며 “연구 효과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위해 대중들이 많이 아는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