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한 해 평균 2만여 건이 일어난다.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모두 합한 수치다. 안타깝게도 발생 건수는 점차 증가 추세다. 지난 4년간의 통계를 분석해보면, 2010년의 경우 1만 8851건이었고 이후 해마다 꾸준히 1000여 건씩 증가했다. 2012년엔 2만 건을 넘어섰고, 2013년의 경우 2만 2386건의 피해가 있었다. 4년간 총 8만 1136명의 여성 혹은 남성이 성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16개 시·도 중 성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도시는 어디일까. 단순 발생 건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건 역시 서울이었다. 지난 4년(2010~2013년)간 총 2만 905건이 서울에서 일어났다. 인구수가 많은 경기도(1만 7920건)가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성범죄 중 절반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진짜 ‘범죄의 도시’를 살펴보려면 인구와 발생건수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서울은 인구수 대비 발생비율에서도 1위를 차지해 성범죄의 도시 1위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전체 국민의 1/5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전체 성범죄의 1/4이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뒤를 이어 부산, 광주, 인천, 제주 등이 인구에 비해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치안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지역 1위는 대구였다. 성범죄 증가 추세가 가장 가팔랐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성범죄가 46.1%나 늘었다. 대구의 뒤를 잇는 건 광주였다. 광주 역시 증가율(42.5%)이 높았고, 대전과 제주도가 뒤를 이었다. 인구대비 발생건수와 증가율을 종합해 본 결과 광주, 제주, 인천 순으로 성범죄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북과 전남은 전반적인 수치가 낮아 비교적 ‘안전지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범죄를 유형별로 나눴을 때 강제추행은 서울, 성폭행(강간)은 광주, 인천이 상대적으로 위험지역이었다. 전체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성폭행은 모든 지역에 걸쳐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반면, 강제추행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4년 전에 비해 강제추행 건수가 139.2%나 늘어 증가율 1위에 올랐다. 제주도는 강간사건 예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시·도에서 성폭행 사건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제주도는 4.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외국인과 관광객 유입이 꾸준히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연구서는 전국 251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성범죄 위험도’를 평가했다. 현재의 환경 분석을 통해 미래의 범죄발생 위험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혼율, 여성1인가구구성비 등 인구학적 특성과 지역별 범죄 특성 등 성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 시군구별로 점수를 매겼다. 전국 평균을 100으로 두고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전국적인 특징은 도심 지역일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경기 가평군, 충남 태안과 청양군, 제주의 경우 인구 밀집지역이 아님에도 위험성이 110점이 넘는 ‘고위험군’ 지역이었다. 관광으로 외부 인구의 유입이 많은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성범죄 위험도 1위는 서울시 중구였다. 총점 203.78점으로 가장 높았고, 2위는 대구 중구가 차지했다. 3위는 서울 종로구, 4위는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수원시 팔달구가 올랐다. 5위는 광주 동구였다. 상위권에 오른 지역은 구도심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역시 단위에서는 부산이 상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부산 중구, 동구, 영도구, 진구가 위험도 30위 안에 올랐다. 인천은 3곳(중구, 남구, 부평구), 광주는 2곳(동구, 서구)이 각각 30위권에 들었다. 경기도에서는 안산시 단원구, 가평군이 각각 24위와 28위를 차지했다. 제주시도 외지인 유입의 영향으로 26위에 올랐다. 대전의 경우 전역이 30위권 밖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를 받은 곳은 경상북도 영양군(68.53)이었고, 충남 계룡시, 강원 화천군, 전남 신안군 순으로 성범죄 ‘안전지대’ 평가를 받았다. 서울에서는 도봉구가 가장 성범죄 위험도가 낮았고, 노원, 양천, 성동구 역시 위험도가 전국 평균 이하였다. 경기도에서는 용인시 수지구가 77.78점으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연구서에서는 성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1순위로 여성1인 가구 구성비로 꼽았다. 혼자 사는 여성을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혼율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어서 외국인비율, 인구이동률이 높아도 성범죄가 많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외부인 유입이 잦고, 주변과의 교류가 적을수록 성범죄 위험도는 높았다.
성범죄 발생 장소로는 지역 인구 대비 경찰관 비율이 낮은 곳, 가스배관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곳, 폐쇄회로(CC)TV가 적은 곳, 보안등 간격이 넓은 곳일수록 성범죄 발생 비율이 높다는 것이 실제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위험 평가 4위에 오른 수원시 팔달구의 경우 경찰서가 없어 3개 경찰서에서 관할지역을 나눠맡고 있다. 지역 당국의 관심과 주거환경 개선이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구조적인 가디언십의 강화와 접근통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 감시성 강화가 성폭력 예방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면서, “성범죄 위험도는 절대적 수치는 아니다”고 밝혔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범죄도시 오명과 실제 마계 인천? 억울합니다~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면 해당 지역은 긴장한다. ‘범죄의 도시’라는 굴레 때문이다. 가장 예민한 곳은 바로 대구다. 배트맨이 활약하는 고담시티를 빗대 ‘고담 대구’라는 별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범죄의 도시라는 낙인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명의 사망자와 148명의 부상자를 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2005년 경 강력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시작으로 ‘고담대구’라는 말은 퍼져나갔다. 대구시는 2007년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에 연관검색어 삭제를 요청하고, 언론사에도 지역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은 ‘조직폭력배=부산’이라는 딱지를 오래 전부터 떼지 못하고 있다. ‘갱스 오브 부산’은 2003년 개봉한 영화 <갱스오브뉴욕>에 빗대 만들어진 별명이다. 특히 조폭영화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친구>의 배경이 부산이었으며, 주인공들의 걸쭉한 부산 사투리 명대사가 회자되면서 이미지는 더 굳어졌다. 또한 실제로도 부산은 검찰의 관리 대상에 오른 폭력조직의 최대 활동 근거지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도 최근 ‘위험한 도시’로 낙인찍히면서 치안에 힘쓰고 있다. 안산과 수원은 외국인주민수가 전국 1위와 6위인 지역이다. 이곳에서 일어난 몇 개의 강력사건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덧입혀지면서 ‘안산 안드레스(게임에 등장하는 무법도시를 빗댐)’, ‘뉴올리언스 수원(미국의 빈민도시 뉴올리언스를 빗댐)’ 등의 오명이 붙었다. 게다가 수원 팔달구에서 박춘봉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해 대대적인 관심이 집중되면서 위험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는 “안산 안드레스랑 고담 대구랑 싸우면 어디가 이기나요”, “수원은 밤에 다니지도 못한다”는 등의 황당한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한다. 인천 역시 ‘강력범죄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는 곳이다. 특히 토막살인 등 잔혹한 수법의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마계인천’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역시 2003년 엽기적인 토막살인이 대대적으로 알려진 후 붙은 오명이다. 두 남성이 ‘헤어진 애인의 남자친구를 닮았다’는 이유로 A 씨를 살해하고, 자신들이 성폭행한 여성이 보는 앞에서 A 씨의 시신을 토막 낸 사건이었다. 지난 2011~2013년 살인사건 통계에 따르면 인천은 인구수 대비 살인사건 발생 횟수가 조금 높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