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서 진에 입상한 최윤영 씨와 가족.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2003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서 ‘진’에 뽑힌 최윤영양(20·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1학년)의 아버지이자 전 농구감독이었던 최명룡씨(51)는 ‘딸의 입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마치 농구 경기평을 하듯 ‘승산’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최씨는 지난 97년 프로농구 원주 나래(현 TG)의 초대 감독으로 명성을 날리다 2001년 대구 동양 감독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스포츠 의류 관련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 딸을 미인대회에 내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사회복지사업을 꿈꾸는 상황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죠.”
최씨는 미스코리아대회 출전 자체를 연예계 데뷔로 공식화시키는 선입견이 무척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윤영양이 연기자나 방송과 관련된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 원주 나래 감독 시절의 최명룡씨. | ||
“직업상 집에 머문 시간이 적기 때문에 자식의 생활을 세세히 꿰진 못했어요. 하지만 틈만 나면 대화를 나누려고 했죠. 다행히 딸과 전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에요. 윤영이가 4년 전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걱정이 컸는데 모태신앙이라 그런지 생활하는 데 빈틈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최씨는 오히려 자식한테 위로와 격려를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2001년 대구 동양이 11연패하던 날이었다. 아내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대구로 내려왔다. 어쩌면 아버지가 농구코트에 서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었으리라.
“경기에서 지고 가족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죠. 그 순간 전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결심을 했거든요. 그 얘기를 가족들 앞에서 처음 털어놓는데 윤영이가 절 안더니 ‘아빠의 영원한 팬’이라며 힘내라고 말하더군요. 정말 고마웠어요. 농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썩어 들어갔지만 가족을 떠올리면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으니까요.”
최씨는 인터뷰 도중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윤정, 윤영양 위로 자식이 2명 더 있었다는 내용이다. 첫째와 둘째가 모두 생후 10개월, 9개월 만에 눈을 감아 세상과 더 이상의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것.
사회 사업을 위해 미스코리아대회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낸 만큼 최씨는 윤영양이 목표를 잃지 말고 계획한 대로 자신의 길을 가길 소원했다. 보석같이 키운 딸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물론 섭섭한 마음이 크겠죠. 그대신 아들이 2명 생기는 거잖아요. 윤정이도, 윤영이도 아직까지는 이성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아요. 모르죠. 이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고 우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