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영화 <식스센스>의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어떨까.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영화 출연진과 스태프, 그리고 영화사 내부 직원과 영화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영화담당 기자들이다. 물론 개봉 초기에 영화를 본 관객들도 여기에 속한다. 영화사에서는 각종 ‘보안전략’을 고안, 이들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시나리오의 외부 유출을 철저하게 방지하는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매트릭스2-리로디드>의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스토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영화 대본을 자주색 특수지에 검은 글씨로 인쇄했다.
이 대본은 복사를 해도 글씨가 보이지 않게끔 돼 있으며 만약 복사에 성공한다고 해도 소유자의 이름이 찍히게 돼 있다. ‘대본이 유출될 경우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있다’는 묵시적인 ‘경고’를 하는 셈이다. 워쇼스키 감독 역시 스토리에 대한 인터뷰는 일체 거절할 뿐만 아니라 기자들과 최소 5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현재 촬영중인 한국 영화 <올드보이>(감독 박찬욱)도 한국 영화사상 이례적일 정도로 스포일러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작사인 ‘쇼이스트’ 마케팅팀의 김유경 팀장은 “영화 뒷부분의 반전이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내용이다. 따라서 철저한 보안만이 흥행의 성공 비결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쇼이스트측은 대본에 소유자 및 전달자 이름까지 모두 인쇄를 해놨다. 그것도 수백여 장에 달하는 대본의 모든 페이지에 일일이 인쇄를 해놨으니 전체 대본 중에 단 한 장이라도 유출되면 곧 그 유출자를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촬영 스태프들에게는 계약서 작성시 ‘영화의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문구까지 넣었다.
가장 ‘압권’은 일부 영화담당 기자들이 기사 작성을 이유로 대본을 요구할 때라도 마지막 반전 부분은 찢어내고 준다는 것. 대신 ‘○○○ 기자님, 영화 보안 유지상 마지막 부분을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는 정중한 편지를 함께 동봉한다고. 또 주요 출연진 외에는 아예 대본을 주지도 않는다.
조연 및 단역에게는 촬영 당시 감독이 직접 대사와 행동을 말로 설명해준다는 것. 따라서 일부 출연자들은 현재 자신이 하는 연기가 전체 영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 채 촬영에 임하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