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다모>에서 ‘각출’역의 권용운 대역으로 나오는 차재선씨는 대역 연기를 잘하려면 현장에서 배우와 가깝 게 지내며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
장쾌한 액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대역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감쪽같이 연기를 해내야 한다는 점. 이들 액션 대역 연기자들의 얘기를 통해 화려한 액션 장면의 뒷모습을 들여다봤다.
최근 방영하자마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라마 <다모>. 본 사람들마다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장면은 바로 수준급 액션 장면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와호장룡>이 부럽지 않은 액션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킨 것.
<다모>는 초반부터 말을 타면서 활을 날리고 검을 날리는 등 언뜻 보기에도 위험한 장면들이 많다. 그 중 대부분은 승마 대역 연기자들의 몫이다. 10년 대역 경력 중 승마 대역 전문만 3년째라는 차재선씨는 “말 타는 연기는 위험해서 특히 연습과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고 연기 비결을 밝혔다.
“말은 예민한 동물입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상태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데 말들이 장애물을 보면 갑자기 서는 때가 있어요. 그때 당황하면 그냥 낙마하고 맙니다.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말 타는 장면은 대역 연기 중에서도 어려운 편입니다. <다모>를 찍으면서 많이 다치기도 했구요.”
<다모>는 사극이라 보통 연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의상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라 갑옷 등도 굉장히 무거워 말들도 쉽게 지친다고. 승마 연기를 위해 평소에도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현장에서는 자기가 탈 말과 미리 친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가 일러주는 승마 연기 비법.
하늘을 나는 역할이라고 수월한 것이 아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김하늘 대신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날았던 함영민씨. 그는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서는 장혁 대역으로 패러글라이더를 탔고, 그 외 다른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의 패러글라이딩을 지도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영화에서 실제 패러글라이딩하는 장면은 모두 그가 대신한 것. 정작 연기자들은 지상에서 15m 높이의 크레인에 매달려 클로즈업 장면을 연출할 뿐이다.
▲ 장혁과 패러글라이딩 대역배우 함영민씨. 아래 사진은 함씨와 김하늘. | ||
김하늘은 처음엔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상태인데도 무서워했다고. 그러나 계속 옆에서 연기를 지도하면서 격려하자 곧 안심하더란다.
함영민씨는 ‘실제로 패러글라이딩을 잘할 것 같은 배우’로 권상우를 꼽았다. “대담하고 지시를 하면 척척 알아듣는 걸 봐서 실제 타도 잘할 것 같았어요. 장혁도 그렇구요. 반면 윤정수는 태우려고 시늉만 해도 거의 기절할 것처럼 놀라고 겁을 내더라구요. 김진은 겁이 많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잘하구요.”
자동차 액션도 그저 달리기만 하면 ‘만사 OK’는 아니다. 영화 <중독>에서 ‘카레이서’ 이병헌을 대신해 스피드웨이를 달린 장순호씨. 그는 오일뱅크 레이싱팀의 다른 세 명의 동료와 함께 번갈아가며 차를 몰았다. 현장에는 이병헌도 와서 얼굴 보이는 장면은 그가, 나머지 장면은 장씨와 동료들이 대역을 했다고. 그럴 수 있는 비결은 카레이스의 특성 덕분이었다.
“카레이서는 의상과 헬멧으로 온몸을 감싸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구분이 잘 안돼요. 분장도 따로 할 필요가 없었죠. 배우의 의상과 대역이 입을 의상 두 벌만 있으면 됐죠. 저희 팀 네 명은 체격이 비슷해서 의상도 네 벌 씩이나 준비할 필요가 없었어요. 각자 연습하다가 비는 시간에 옷만 갈아입고 차를 몬 겁니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이병헌이 직접 레이스를 펼쳤다’고 소개되기도 했지만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비롯해 대부분은 대역의 힘을 빌렸던 것이다.
“제가 대역한 거라고 나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서운한 건 없었어요. 영화 홍보를 위해선 배우가 직접 했다고 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레이스도 그저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워낙 속도가 빨라서 사고날 가능성이 높거든요. 모르는 사람은 다치니까 배우가 직접 하기 위험하죠.”
복싱 연기도 사실 대역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챔피언>에 등장하는 복싱 장면의 80% 이상은 88올림픽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김광선씨의 작품. 주인공 유오성은 개봉 당시 복싱으로 가꾼 몸과 수준급 복싱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김광선씨는 “<챔피언> 찍을 때 정말 복서로 보일 정도로 유오성이 열심히 했습니다. 최근에는 <올드 보이> 출연 때문에 최민식과 유지태가 다이어트 겸해서 복싱을 배우고 있는데 두 사람 다 잘합니다. 최민식은 아마추어 복서라고 해도 될 정도고 유지태는 노력파라고 할 만해요”라고 평했다.
또한 광고와 드라마에 들어가는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복싱 기초를 배우러 오는 배우들도 많다고 한다. “전지현과 이영애도 샴푸 광고에 나오는 장면 때문에 배우러 왔죠. 둘 다 예쁘고 똘똘한 배우들이라 스텝을 금방 익혔어요. 복서의 소질이 있는 배우를 꼽는다면, 요즘 배우기 시작한 소유진이 하나를 가르치면 두세 개를 알아들으니 가능성 있죠. 복싱도 머리가 좋아야 잘할 수 있거든요.”
대역 연기는 원래 티가 안 나야 ‘제대로 됐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역 연기자뿐 아니라 실제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게도 노력이 요구된다. 배우와 대역 연기자와의 ‘호흡’이 관건이라고 한다.
<다모>에서 ‘각출’역의 권용운 대역으로 나오는 차재선씨는 “대역이지만 화면에서는 그렇게 안보여야 하죠. 제가 연기할 배우와 일심동체처럼 호흡이 잘 맞아야 자연스럽게 같은 인물로 보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자기 역을 맡은 배우와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하지요. 그건 화장이나 가발만으로 해결이 안되는 겁니다”고 대역 연기의 비결을 일러줬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