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의 문자메시지 호소에 영화 출연을 승낙한 김민종 | ||
누가 배역을 맡는가에 따라 극중 캐릭터가 변하기도 하고 아예 전체 줄거리가 바뀌기도 하는 만큼 캐스팅은 제작의 첫 단추이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캐스팅 담당자들은 친필 편지, 삼고초려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별따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캐스팅이 완료됐다고 해도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따놓은 별들이 언제 ‘중도하차’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캐스팅을 둘러싼 한판의 ‘밀고 당기기’, 그 이면을 취재했다.
김민종이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화 <낭만자객>에서 주인공 ‘요이’ 역을 맡게 된 과정은 가히 최근의 가장 ‘처절한’ 캐스팅으로 꼽힐 만하다. 그는 지난 4월 말 개봉된 영화 <나비>가 흥행에 실패하자 ‘다시는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윤 감독은 기획단계부터 김민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상황. 김민종이 러브콜에 선뜻 응하지 않자 윤 감독은 ‘문자메시지 작전’에 돌입했다. 무려 5번이나 만나 ‘오고초려’를 해도 먹혀들지 않자 최후의 카드를 뽑아든 것.
윤 감독이 김민종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말 그대로 ‘슬프도록 애절한 카피’였다. ‘민종아, 꽃단장하고 기다릴게’, ‘민종씨, 이번에는 확실히 뜬다. 나만 믿어’, ‘민종씨, 나의 신뢰를 져버리지 않을 거지?’, ‘민종아, 너말고는 이 역할 할 사람 없어’…. 윤 감독은 무려 20여 차례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드디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민종아, 사랑해!’ 평소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는 김민종.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결국 주인공 ‘요이’ 역할을 받아들였다.
▲ 소속사 대표의 노력으로 캐스팅된 정다빈 | ||
이 편지를 받은 후배 영화인들은 ‘정말로 의외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편지작전’ 덕분에 톱배우가 캐스팅됐다고는 하는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이와는 반대로 연기자측에서 특정 드라마에 출연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옥탑방 고양이>에서 ‘남정은’ 역할을 한 정다빈이 대표적.
애초 정다빈은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고 한다. 연출자인 김사현 PD는 당시 정다빈 소속사 대표인 이호열씨에게 ‘정다빈에 대한 캐스팅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스타급이 캐스팅되면 어쩔 수 없이 밀려날 것’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발이 닳도록’ MBC를 들락거리며 심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 결국 정다빈은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서 정상급 연예인으로 도약하게 됐다.
캐스팅이 이렇게 어려운 과정이기에 연예계에서는 캐스팅을 둘러싸고 얼굴을 붉히거나 고소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언론 또한 캐스팅과 관련된 오보를 내보내기도 한다.
▲ 드라마 출연과 관련해 오보가 난 심은하 | ||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기사였다. <토지>의 연출을 맡은 이종한 PD는 “완전한 오보다. 심은하씨와는 아예 접촉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드라마의 현재 진행상황 자체가 아직 캐스팅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감독이나 PD 입장에선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해서 마음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막상 촬영에 들어간 후 느닷없이 ‘중도하차’를 선언하는 연기자들도 있기 때문. 가까운 예가 올 상반기 <가능한 변화들>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중도 포기한 이승연. 스크린 진출작마다 실패를 거듭했던 것이 이승연에게 큰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스타급 연예인들의 화려한 캐스팅 뒤에는 이처럼 울고 웃는 사연들이 숨어 있다. 드라마와 영화가 존재하는 한 이 애타면서도 때로는 처절하기까지 한 캐스팅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