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서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할 만큼 ‘앙숙’인 연예가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하게는 한 무대에 서는 것도 사양할 정도라는 이들 연예가 ‘앙숙’들의 이야기. 과연 어느 정도이며 어디까지 사실일까?
지난해 연예가 ‘10대 구설수’ 중 하나에 올랐던 신은경과 이미연의 CF 촬영장 사건. 전자제품 CF에 함께 출연하는 이미연과 컨셉트가 다르다는 이유로 머리와 화장의 수정을 요구받은 신은경이 발끈해서 돌아가버렸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감정이 상한 두 사람은 결국 각각 따로 촬영을 했고, 화면에 두 사람이 다정하게 얘기하는 장면은 합성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기로 소문난 신은경이 이날 따라 평소와는 달리 촬영장에 늦게 도착했다고 한다. 이에 이미연이 선배보다 늦게 왔다고 크게 나무랐고, 신은경이 울며 나갔다는 것.
그러나 소문은 신은경이 라이벌의식 때문에 촬영을 거부한 것처럼 부풀려졌고, 신은경 쪽에서는 후에 이러한 소문에 대해 억울함을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소문 때문에 두 사람이 마치 앙숙처럼 비친 셈이다.
배우가 함께 출연했다가 앙숙이 된 경우 드라마나 영화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심리 스릴러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P. 그가 수년 전 한 영화에 출연했을 때 상대 여배우와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은 영화판에서 널리 알려진 얘기다.
성격이 비슷했던 두 배우가 출연 분량이나 역할 등에서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자존심 싸움을 벌여 사사건건 안 부딪치는 때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극중 인물의 캐릭터 분석까지 자기 주장만을 고집해 현장은 늘 일촉즉발의 긴장된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던 신인 감독. 그는 톱스타들끼리 벌이는 파워게임에 시달리다 “다시는 이 배우들과는 일을 안 하겠다”고 지인들에게 공언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도 가능한 한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리는 연예계 생리를 떠올리면 이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드라마 <다모> | ||
최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다모>에 가장 먼저 캐스팅이 확정된 인물이었던 이정진. 하지만 그는 ‘건강’을 이유로 출연을 번복했고 이로 인해 MBC의 분노를 사 이례적으로 ‘출연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MBC는 한술 더 떠 다른 방송사에서도 이정진을 캐스팅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MBC가 이토록 강경하게 나온 것은 이정진이 출연을 번복한 이유가 사실은 ‘상대 배우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으로 이로 인해 여러 사람을 곤혹스럽게 했기 때문. <다모>의 연출자 이재규 PD는 “이정진이 ‘상대 배우가 지명도 있는 톱탤런트이기 바란다’고 해서 이미 연습중이던 모델 출신 신인 김민준을 빼고 대신 이서진을 넣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캐스팅에 불만을 갖고 연습에도 불참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MBC측 주장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이정진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 ||
그녀를 ‘거부’했던 남자배우들 중 한 명은 현재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출연중이다. 당시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장서희는 “내가 지명도가 없다며 (캐스팅을) 거절했던 배우들과는 앞으로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작가와 연출가 사이, 작가와 배우 사이에서도 캐스팅을 둘러싼 갈등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 작가로 손꼽히는 김수현은 연출가보다 더 큰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사 한마디를 해도 음정 장단조차 그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질 정도라고.
그런 만큼 그녀와 호흡이 맞는 배우가 아닐 경우 김 작가 특유의 카리스마를 껄끄러워 하기도 한다. 최민수 같은 톱 배우들도 작품에는 욕심을 내면서도 ‘작가가 깐깐한 김수현’이라는 사실을 알면 망설인다고 한다. 한 여배우의 경우 모 작가가 자신의 대본에만 지문을 따로 달아 일일이 지시를 하는 데 격분해 배역을 포기하려 한 일도 있었다.
서로 의기투합하고 단합을 외쳐도 작품이 성공할까 말까 한데, 서로 딴죽을 거는 연예계 ‘앙숙’끼리 작품을 함께한다면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을까. 그런 까닭에 제작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배우와 작가, 그리고 감독의 ‘궁합’이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