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모>의 주인공 하지원(채옥 역)과 이서진(황 보윤 역). | ||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더해 3, 4부가 방영된 직후에는 한꺼번에 많은 시청자가 몰려들어 iMBC 게시판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스스로 ‘다모 폐인’을 자청하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폐인’이란 용어는 인터넷상에서 어떤 일에 식음을 전폐하고 빠져들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드라마 <다모>에 중독되어 종일 생각하고 있다고 하여 스스로를 ‘폐인’이라 가리킨 것이다.
이들 ‘다모 폐인’들은 사극 말투를 흉내내 ‘∼하오’라는 이른바 ‘다모체’를 쓰고 ‘명장면 명대사’ 의견을 나누는 등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극중 이서진의 대사인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변형시켜 ‘졸립냐? 나도 졸립다’ ‘슬프냐? 나도 슬프다’ 등으로 말투를 따라한다.
극중에서 그가 여주인공 ‘채옥’ 역의 하지원에게 화를 내는 장면을 빗대서는 ‘버럭 장면’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극중 ‘장성백’으로 나온 김민준의 머리스타일이 구불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웨이브 장’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워낙 ‘찬양’의 소리가 높아 처음에는 “드라마 선전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동원한 것이 아니냐”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iMBC 게시판뿐 아니라 다른 연예 관련 사이트 게시판도 <다모>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다음’에 마련된 팬카페(http://cafe.daum.net/mbcdamo)의 회원이 5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다모 폐인’들의 활약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한성좌포청신보’란 이름의 인터넷신문이 발행됐으며, 여성잡지를 본딴 ‘여성다모’란 이름의 인터넷 잡지도 네티즌의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의상과 소품 등을 판매하는 홈쇼핑 카탈로그도 제작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위는 MBC <다모>의 시청자 게시판, 아래는 팬이 만든 인터넷신문 ‘한성좌포청신보’. | ||
한편에서는 <다모>가 지난해 일부 네티즌들과 평론가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으나 대중적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실패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이미 다른 방송사 드라마들이 일정한 시청자층을 잡고 있기 때문에 더 폭발적인 시청률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청률이라 해도 팬들의 극진한 성원은 이후 드라마의 성패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는 시청률은 15∼20%에 그쳤지만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동호회 등 뜨거운 마니아층이 형성되었다.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장소들을 모은 ‘네멋 투어’도 선보였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의 동호회 ‘네멋30’에는 ‘미래가 복수를 바래다주던 계단’, ‘경이가 복수의 손 씻어주던 곳’, ‘복수와 경이가 라면 먹던 분식집’ 등 홍대 인근의 촬영 현장을 찾아가는 법이 상세히 소개돼 있고 일일이 촬영한 사진도 올라 있다.
신경정신과 김정일 박사는 이런 극렬한 드라마 마니아들이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해 “좋은 드라마나 영화는 좋은 행동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좋은 드라마는 시청자를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행동으로 이끈다는 것.
실제 이들 마니아들의 활약은 그 공로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네 멋대로 해라>는 종영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도 imbc를 통한 유료VOD 서비스의 이용률은 여전하다. 또한 드라마 <러브레터>는 마니아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DVD를 발매할 수 있었다. <러브레터> 마니아들이 드라마를 소장하겠다는 소망으로 직접 힘을 합쳐 DVD회사와 접촉한 결과인 것. 마니아들이 드라마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파워그룹으로 ‘득세’할 날도 멀지 않았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