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똑바로 살아라>의 중년탤런트 노주현이 ‘고딩’ 수준의 말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있다. | ||
[1] 애 같은 어른 등장시켜라
시트콤은 상식에 대한 철저한 파괴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인 ‘상식’은 ‘어른은 나이에 걸맞은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이 갈수록 사회적 명성과 지위를 얻게 되면 보다 어른스러워지려 노력하며 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트콤은 그런 현실쯤은 안중에도 없다. 한마디로 ‘성스러움’은 모조리 파괴되는 것이다. 대리만족을 통한 속시원한 웃음이 절로 나는 건 바로 이런 상식 파괴 때문이다.
SBS <똑바로 살아라>는 이런 코드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극중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가장 노주현.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 사고는 고등학생 아들과 ‘막상막하’ 수준이다. 치사하게 먹을 것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질투와 ‘삐짐’도 장난(?)이 아니다. 실제 리허설 때에도 노주현은 거의 ‘고딩 수준’으로 변한다고 한다. 극중 아들의 몸동작을 따라하거나 거울을 보며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을 흉내내는 건 기본. ‘망가질 수 있을 때까지 망가져 달라’는 요청을 하는 작가마저 때로는 민망해질 정도로 진짜 망가진다고 한다.
▲ KBS <달려라 울엄마>의 아줌마 3인방. | ||
시트콤은 주인공의 상황을 벼랑 끝까지 몰고가는 경우가 많다. 머피의 법칙, 설상가상, 불난 집에 부채질, 엎친 데 덮친 격 등 겹겹의 사태가 주인공들을 더욱 처절하고 집요하게 몰아세운다. MBC <논스톱> 시리즈는 이 점을 잘 활용해 성공한 시트콤으로 손꼽힌다. 길에 떨어진 수표를 동시에 발견한 주인공들. 극중 MC몽과 봉태규는 발과 손으로 동시에 수표를 거머쥔다. 서로 상대가 수표를 보지 못했을 것으로 여긴 이들은 자신이 수표를 갖기 위해 밤새도록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 같은 설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최대한의 동정(?)심리를 이끌어내고 이 극적 상황이 해결됐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는 장치다.
[3] 엽기적인 언밸런스 활용
쥐가 파먹은 듯한 헤어스타일. 알록달록 미니스커트와 초점을 잃은 눈. 시트콤에서는 심은하나 이영애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 헤어, 이마, 눈, 코, 입 등 특정 부위가 강조된 연예인을 총집합시킨다. 간혹 게스트로 출연하는 유명 연예인들은 무차별 ‘난사’당한다. 공주병이나 왕자병은 통하지 않는다.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엽기스런 몸치장으로 출연해야만 하는 것이다.
KBS <달려라 울엄마>에 나오는 이혁재의 경우 셔츠 단추 사이로 ‘짐승같은’ 털을 자랑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결벽증세를 가지고 있다. 또 극중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중견 여성연기자들의 억지스런 외모와 촐랑거리는 태도는 심한 ‘부조화’를 일으킨다. ‘저럴 순 없어’란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도록 외모와 캐릭터를 정반대로 설정해 엽기성을 강조한다.
▲ SBS <똑바로 살아라>의 박영규 노주현. | ||
시트콤에서 패러디를 빼면 시체다. ‘여름냄새’, ‘똑바로 살자’ 등 타 방송사의 드라마 명칭을 흉내내 제목으로 정해 일단 시청자들이 웃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대사도 과격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똥’, ‘오줌’ 등의 ‘직설적인’ 단어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과장된 행동이나 커다란 몸동작이 정상 연기인 듯 능청스럽게 일관한다.
병원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하루종일 곰돌이 인형 복장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노주현의 모습이나 밥 먹는 도중 대사로 인해 음식이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심심지 않게 등장한다. 대변으로 양변기가 막혀 해프닝이 벌어지는 만화 같은 설정은 기본에 속한다.
강수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