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탤런트가 드라마 1회 출연료로 수백만원을 받았다’는 소식이 큰 뉴스가 되지 않을 만큼 최근엔 연예인들의 몸값에 ‘상한선’이 없어지는 추세다. 과연 ‘잘나가는’ 방송·연예인들은 한 해 출연료로 얼마 정도를 벌어들일까. 지난 9월2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공개한 3개 방송사 자료를 토대로 실태를 살펴봤다.
심 의원에게 상위 20위까지의 고액 출연료 지급 현황 자료를 제출한 방송사는 MBC, KBS, EBS 등 3사(SBS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EBS만이 수령자 실명을 기록했고 MBC는 이름 중 성만을, KBS는 사회자 희극인 등의 직업군만을 표시했다. MBC 자료의 경우 심 의원측의 추가 조사를 통해 ‘상위 5위까지만’ 실명이 확인된 상태다.
먼저 MBC의 출연료 지급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고두심이 3억2천6백30만원(만원단위 이하 생략)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억2천2백40만원을 받은 정보석이 2위를 기록했고, 이경규(1억9천7백20만원), 류시원(1억9천6백10만원), 김효진(1억8천1백만원)이 뒤를 이었다.
앞서 지난 2001년에는 백지연이 2억1천8백9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김용건(1억9천6백40만원), 박근형(1억9천3백만원), 김용만(1억8천8백10만원), 김효진(1억7천7백4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2000년의 경우 1위 임성훈(2억8천1백90만원)에 이어 정혜선(2억1백90만원), 최불암(1억6천2백30만원), 김효진(1억6천2백30만원), 사미자(1억5천7백40만원)가 5위 안에 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희극인 김효진이 3년 연속 출연료 순위 5위 안에 올라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고액출연료 수령자 명단에 중견탤런트들이 앞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등급별로 출연료를 차등지급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출연 기회가 많기 때문. 각 방송사는 활동연차와 경력 등에 따라 매년 출연자들의 등급을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 일반 회사에서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 연기자들의 경우 보통 1등급에서 18등급까지 분류돼 있는데 등급이 높아질수록 출연료가 높아진다. 여기에 개별적인 스타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덧붙여져 편차가 생기게 된다.
고액출연자 명단에는 MC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유명 MC들의 경우 프로그램 1회당 3백만∼4백만원의 출연료를 지급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중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되는 신동엽, 강호동 등은 회당 5백만∼7백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개액수에 비공식적으로 덧붙여지는 ‘+α’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개월∼1년 이상 지속되는 고정프로그램을 맡을 경우 출연료 수입만도 어마어마해지게 된다.
KBS의 경우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사회자’ ‘탤런트’ ‘희극인’ ‘가수’ 등으로만 분류해 고액 출연료 수령자 명단을 제출했다. 지난해는 1위 ‘사회자’(2억6천8백20만원), 2위 ‘탤런트’(2억5천9백50만원), 3위 ‘사회자’(2억5천5백60만원)의 순이었다. 1위의 경우 2001년 최고출연료인 3억7백만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받았다.
KBS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3년간 고액의 출연료를 받은 연예인들의 ‘세부 직업’에 일종의 변화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상위 5위 안에 개그맨(희극인)이 무려 4명이나 포함돼 있었으나, 지난해의 경우 모두 6위권 이하로 밀려났다. 반면 2000년 고작 12위가 최고 순위였던 MC들이 급부상, 지난해의 경우 5위 안에 3명이나 포진했다. 지난해 고액 출연료 1위도 역시 MC였다. 최근 3년간 개그맨보다 MC가 방송활동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셈. 하지만 ‘순수 MC’들의 출연료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재석, 김용만, 남희석, 이휘재 등 이른바 ‘개그맨 출신’ MC들도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EBS측 자료에는 출연료 상위 20위까지가 실명으로 공개돼 있다. 교육방송의 특성상 성우와 MC가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 김용옥씨가 5위(2002년)를 기록하고 있어 눈에 띈다. MC로 분류된 김용옥씨가 지난해 출연료로 받은 액수는 모두 5천6백만원. 당시
지난해 1위는 <딩동댕유치원> 등의 프로그램을 맡았던 성우 엄상현씨로 8천3백90만원을 받았고, 영어강사 이보영씨가 7천3백3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EBS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MC 원종배씨는 6천1백2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각 방송사별 출연료 지급내역은 매해 국감 때마다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에 의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별로 공개내역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도 한다. 자료를 공개한 심재권 의원측은 “MBC의 경우에도 처음에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별도로 확인을 거쳤으며, KBS는 끝까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MBC 자료에 따르면 총 출연료 중 상위 20위의 출연료 비율이 지난 2000년 9.6%에서 9.91%(2001년), 10.64%(2002년)로 점차 높아지고 있어 출연료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2002년)
1. 고두심(탤런트) 3억2천6백30만원
2. 정보석(탤런트) 2억2천2백40만원
3. 이경규(MC·개그맨) 1억9천7백20만원
4. 류시원(탤런트) 1억9천6백10만원
5. 김효진(개그우먼) 1억8천1백만원
KBS (2002년)
1. OOO(사회자) 2억6천8백20만원
2. OOO(탤런트) 2억5천9백50만원
3. OOO(사회자) 2억5천5백60만원
4. OOO(사회자) 2억5천1백50만원
5. OOO(탤런트) 2억1천5백60만원
EBS (2002년)
1. 엄상현(성우) 8천3백90만원
2. 이보영(영어강사) 7천3백30만원
3. 원종배(MC) 6천1백20만원
4. 이상용(MC) 6천90만원
5. 김용옥(교수) 5천6백만원
민주당 심재권 의원 국정감사 자료. KBS는 실명 공개 거부, SBS는 자료 제출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