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그러나 하늘 아래 비밀이 어디 있으랴. 룸살롱엔 웨이터도 있고 복도를 오가는 손님들도 바글대는 것을. 이들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을 때 문제가 ‘사건’으로 불거지곤 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그맨 이휘재와 김경식이 자주 찾는다는 강남 J살롱의 웨이터가 이들을 두고 “혹시 동성연자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어온 적이 있다. 서로 끌어안고 뽀뽀(?)까지 서슴지 않더라면서. 나와 동행한 사람들이 황당하여 박장대소한 적이 있다.
이휘재와 김경식은 연예가에서 유명한 ‘쪽파’다. 술만 걸쭉하게 취하면 남녀 관계 없이 쪽!쪽! 뽀뽀세례를 퍼붓는 버릇이 있어서다. 물론 사람이 좋고, 사람을 좋아해서다. 이런 버릇이 있는 무리를 가리켜 일명 ‘쪽파’라 부르는데, 그룹 신화의 민우와 김민종도 유명한 ‘쪽파’ 멤버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취기만 오르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가고파’도 있다. 몇 년 전, 가수 이현우와 김광민 콤비를 인터뷰하러 <수요예술무대> 녹화장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녹화 후 조그만 순대국집을 전세(?) 내 술을 마시는데 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비운 이현우가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은 거였다. ‘혹시 너무 불쾌한 질문을 날렸나?’ 불안해진 내가 행방을 물으니 앞에 있던 김광민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
“또 사라졌고만. 걱정마세요. 갔어요!” 하는 게 아닌가. 더 황당한 일은 나를 그렇게 위로했던 김광민도 잠시 후 어디론가 예고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순간 내가 먹먹해져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 두 사람을 10여 년간 ‘체험’(!)한 한봉근 PD 왈.
“놀랄 거 없어요. 원래 그러니까! 뭐야… 계산이나 하고 사라지지!”하며 달관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재작년 히로뽕 투약 혐의 파문을 겪고 최근 조심스레 컴백을 준비중인 톱스타 H양도 ‘바다가 보고 싶다’며 사라지기로 유명하고, 신화의 에릭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증발맨’이다.
이렇게 돌연 사라지는 것과 반대로 사람들을 마구 불러들이는 ‘보고파’도 있다. 김원희, 정선경, 조형기, 김보성, 주영훈 등이 대표적. 연예가 마당발로도 유명한 이들은 아무리 술집 구석에서 몰래 돗자리를 편다해도 한번 판을 벌리면 그 규모가 엄청 커져서 일반인의 시선을 비껴가기 힘들 때가 많다. 또한 동료 연예인들이 수고스러운 발걸음을 해준 데 대한 서비스로 기발한 이벤트를 선사하는 게 특징.
한번은 조형기 아저씨의 ‘긴급 콜’을 받고 어떤 술집에 불려갔더니 한껏 취기가 오른 그가 주변 사람들을 모아놓고 “몸집은 작은데 모든 게 다 들어있는 것은?”(정답 씨앗)식의 ‘전파견문록’ 문제를 내고 있어서 배꼽을 잡았던 기억도 있다.
강호동, 성시경, 전진, 신지 등의 ‘내기파’도 재미있다. 말 그대로 주당의 지존 등을 가리는 술내기를 즐기는 스타일. ‘이젠 몸이 안 따른다’며 얼마 전 자진 은퇴한 김민종이 내기파의 ‘원조’로 알려진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이슈가 된 ‘술자리 내기’로는 올 봄에 있었던 ‘J양의 광란의 생일파티’를 꼽을 수 있겠다. 당시 J양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 처음 맞는 생일이라 동료 여자 스타들이 위로차 10여 명이나 동참했다고 한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들이 감행한 내기는 ‘남자 연예인 불러내기’였다. 제일 많이 불러내는 주인공에게 1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되는 ‘간 큰 내기’가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영문도 모르고 ‘불려간’ 남자 개그맨 H군과 탤런트 K군은 이날 이후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고, 이 ‘사건’은 술집 종업원에 의해 일파만파 확산되기도 했다. 테이블의 한쪽 다리가 부러졌고, 소파가 뒤엉켜 있었을 정도였다니 얼마나 요란법석을 벌였을지 짐작이 간다. 룸 청소가 꽤 힘들었을 종업원이 아마 앙심(?)을 품고 소문을 퍼트린 건 아니었을까.
필름이 완전히 끊어져 전날의 자신의 실수에 대해 곧잘 ‘나 몰라’라 하는 ‘몰라파’ 멤버로는 톱스타 개그맨 S군, 영화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H군이 많이 회자된다. S군이 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의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새벽 촬영이었는데 프로답게 완벽한 진행을 마친 그가 PD의 촬영 종료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쓰러져 자더란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벌떡 깨서는 “촬영 언제 시작하냐?”며 그제 서야 대본을 뒤적거리더라나! 자신이 촬영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을 담당 PD조차 까마득히 몰랐던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는 아무리 술을 먹어도 얼굴에 표가 안 나는 데다가 절대 한 치의 실수도 없기 때문에 방송가 사람들은 오히려 ‘대단하다’ ‘천재다’란 감탄사를 날리며 그를 존경(?)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영화배우 H군은 심심찮게 동료들에게 욕을 먹는 ‘몰라파’ 일원이다. 평소엔 둘도 없는 매너왕인 그가 술만 취하면 선후배 안 가리고 비꼬는 멘트를 날리기 때문이다. 이후엔 안면몰수하고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이다.
한편 새우 ‘잔’에 고래 등 터트리게 노는 일명 ‘실속파’도 있다. 술은 한 잔도 못 마시면서 ‘주당’ 뺨치게 노는 무리가 이에 속한다. 임하룡, 홍록기, 유동근 등이 그 주인공이다. 톱스타 이영애는 자신은 안 마시면서 은근슬쩍 ‘잔 돌리기’를 유도하는 ‘술잔의 명수’로 전해진다.
이밖에 ‘취하면 꼭 옷을 훌렁 벗고 잔다’는 ‘벗고파’ 톱스타 여배우 3인방 L양, G양, K양은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주인공들이다. 취기가 주는 순간의 짜릿함과 ‘공중부양’의 아득한 즐거움. 모르는 사람은 절대 그 들뜸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공인이기 때문이고, 또 음주가 아니라 과음이기 때문이다. 스타들이여! 부디 웨이터를 조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