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 | ||
<대장금>에 등장하는 수라상 음식은 요즘으로 따지면 대통령과 고위직들이 즐기는 만찬용 음식과도 같다. 지금이야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한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나, 조선시대 수라상은 임금과 중전, 그 윗전(대비전, 대왕대비전)만의 밥상을 이르는 말이었고 그 상차림도 남달랐다.
수라상의 상차림은 12첩 반상이다. 밥을 이르는 수라에 탕, 조치(찌개), 찜, 전골, 김치, 장류를 기본으로 고기, 생선, 채소로 만든 찬, 구이, 찜, 전, 나물, 회, 마른 찬, 젓갈, 수육 등 열두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다. 상에 올라오는 가짓수는 더 많다. 밥은 흰 쌀밥과 팥을 삶은 물로 지은 붉은 밥 두 가지 중 임금이 골라 드실 수 있게 하고, 국과 찌개도 두 가지씩 올라왔다. 이밖에 전골과 같은 즉석요리가 추가되는 등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음식이 준비됐다. 이 정도면 한 번 상차림에 요즘 가격으로 얼마 정도나 들까.
<대장금>의 한 회 음식값은 평균 3백만원 정도. 이 가격은 극중에 등장하는 음식장면을 기준으로 산출한 가격이다. 그 중 수라상 한 상차림을 마련하는 데는 적어도 30만∼40만원이 필요하다고. 보통 10만∼20만원 선의 제사상 차림보다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수라상은 단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이 당연하다. 음식자문을 맡고 있는 한복려 원장은 “궁중음식, 특히 임금에게 바치는 수라상엔 무엇보다 정성이 가득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민들에게 수라상에 올랐던 음식들은 그림의 떡일 뿐일까. 곰발바닥에 닭과 인삼을 넣어 찜으로 만든 ‘계삼웅장’ 같은 고급 음식은 먹기 어렵겠지만 ‘타락죽’과 ‘맥적’, 그리고 임금이 간식으로 즐겼다는 ‘생란’ 등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극중에서 임금님의 밤참으로 등장했던 ‘타락죽’은 한마디로 우유죽. 멥쌀을 갈아서 물 대신 우유를 넣고 매끄럽게 쑨 죽을 말한다. ‘맥적’은 요즘 말로 하면 돼지불고기. 하지만 고추장을 넣어 빨갛게 굽는 것이 아니라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게 궁중 비법이다. 먼저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떠서 병이나 밀대로 두드려 준비한다. 양념으로 간장과 된장을 물과 섞어 푼 뒤 숭숭 썬 부추, 달래, 파와 굵게 다진 마늘을 넣고 술과 엿을 넣어 고기를 두세 시간 재워놓았다가 숯불에 구우면 된다.
‘생란’이란 일종의 과자. 먼저 곱게 다진 생강을 물에 여러 번 헹군 뒤 한 번 슬쩍 데쳐내어 꿀을 넣고 잼처럼 졸인다. 거의 졸았을 때 생강에서 나온 녹말(생강 다진 것을 고운 체에 받치면 뿌연 물이 남고 시간이 지나면 녹말이 가라앉는다)을 넣고 엉기게 한 뒤 식혀서 생강 모양으로 빚어 잣가루에 굴리면 ‘임금님 과자’ 완성!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