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금>의 박은혜와 이영애. | ||
드라마를 처음부터 보지 못해 앞부분의 내용을 모르는 이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내용을 모르고 보면 친구나 연인 사이로 보기에는 ‘어색한 조합’들을 요즘 드라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배역 설정과는 동떨어진 출연진의 나이 때문.
사실성보다는 인기와 시청률에 집중하는 방송국의 섭리는 가끔 나이의 한계를 깨는 도전적인(?) 캐스팅을 시도하도록 한다. 이런 캐스팅으로 인해 출연 배우와 극중 나이의 상관관계에 황당한 그래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방송국이 그들을 ‘친구’라 점지해 두었으니 시청자들은 잔말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가만히 이들의 절친한 우애를 보고 있자니 ‘잔말’이 아니 나올 수 없다. 자매간으로 보기에도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는 이들을 친구라니.
MBC 월화드라마 <대장금>은 생각시를 거쳐 나인의 자리에 오른 장금(이영애 분)과 금영(홍리나 분)의 경쟁으로 한층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장금을 끔찍이 생각하는 연생(박은혜 분), 무조건 금영의 편을 들어 얄미운 영로(이잎새 분)가 더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실제 나이 차이가 일곱 살인 이영애(33)와 박은혜(26), 그리고 열한 살 차이의 홍리나(36)와 이잎새(25)를 친구 관계로 보기에는 드라마의 사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당연히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드라마에 집중하는 데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 <회전목마>의 김남진과 장서희. | ||
실제 장서희(32)가 김남진(28)보다는 네 살 연상, 이동욱(23)보다는 무려 아홉 살 위다. 심지어 두 살 어린 동생 진교 역의 수애(24) 역시 장서희보다 여덟 살이나 어리다.
결국 20대 출연진 가운데 30대 장서희가 끼어들어 드라마가 애매(?)해져 버린 것. 물론 장서희의 뛰어난 연기는 눈부시지만 상대 배우들과의 부조화에 의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 <백만송이 장미>의 손태영과 이창훈. | ||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남자 주인공 강민재 역할을 맡은 이창훈. 올해 서른여덟 살인 이창훈이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이나 어린 스물여덟 살짜리로 출연하면서 상대 배우들과의 관계가 꼬여버렸다.
여자주인공 혜란(손태영 분)은 민재가 오래 전부터 사랑해온 여인. 극중 설정으로는 두 살 연하인 혜란이지만 실제 손태영과 이창훈의 나이 차이는 무려 열네 살. 이는 원조교제 내지는 불륜 소재 드라마에 더 잘 어울리는 나이 차. 20대 역할에 별 무리가 없어 보이는 이창훈이지만 무려 열네 살 어린 손태영과의 부조화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모로 등장하는 지수원(35)은 실제 이창훈보다 세 살 어리고 어머니로 출연하는 이혜숙(42)은 이창훈보다 고작 네 살 많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연급 여자 배우의 부재다. <대장금>의 이영애나 <회전목마>의 장서희는 현역 여배우 가운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이들. 하지만 이미 30대 초중반에 접어든 이들을 활용, 20대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내려다보니 드라마가 사실성을 잃고 억지를 쓰는 형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동감하고 있다.
<백만송이 장미> 조연출 정승우씨는 “캐스팅 단계에서 실제 나이와 극중 나이의 차이가 많은 경우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의 폭을 드라마가 우겨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지 걱정이다”고 말한다. 또한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대장금> 제작진은 “나이를 고려했지만 연기력 있는 배우를 고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기자의 변신은 자유지만 세월마저 뛰어넘는 배우는 드문 세상이다.